2001년 경북 영양군에서 발견된 영양사슴하늘소는 사슴벌레 같은 턱과 장수하늘소를 닮은 긴 더듬이로 곤충 애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곤충의 진짜 정체는 하늘소도 사슴벌레도 아닌, 독자적인 계통의 '사슴하늘소붙이과'에 속하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발목 마디 수와 유충의 형태, DNA 분석을 통해 밝혀진 영양사슴하늘소의 비밀은 한국 곤충학계에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으며, 특히 180만 년 전 서해가 육지였던 시절부터 한반도에 고립되어 독자적인 진화를 이어온 이 곤충의 기원은 고생물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영양사슴하늘소의 분류학적 논쟁과 진실영양사슴하늘소는 그 이름과 달리 하늘소가 아닙니다. 장수하늘소나 유리알락하늘소 같은 진짜 하늘소는 하늘소과에 속하지만, 영양사슴하늘소는 사슴하늘..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한 포유류 중 하나인 곰은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포악한 최강의 포식자입니다. 하지만 3,800만 년 전 곰의 조상은 작고 보잘것없는 육식 동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로부터 수백만 년이 흐르며 일부는 기각류로, 일부는 육상 곰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곰 아르크토테리움이 등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곰의 진화 역사와 함께 초거대 곰의 출현 배경, 그리고 멸종 후 남은 안경곰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곰의 진화과정: 작은 육식동물에서 거대 포식자까지곰의 진화는 3,800만 년 전 등장한 작고 보잘것없는 육식 동물 조상에서 시작됩니다. 이 작은 육식 동물 중 일부는 바다로 방향을 틀어 기각류로 진화의 가지를 뻗어 나갔고, 또 다른 일부는 육상에 남아 적응하며 ..
중생대를 대표하는 생물 암모나이트는 공룡과 함께 백악기 대멸종으로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반면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앵무조개는 4억 9천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이 두 생물은 모두 두족류에 속하지만, 암모나이트는 국석아강에, 앵무조개는 앵무조개아강에 속하는 전혀 다른 계통입니다. 계통도상으로 암모나이트는 앵무조개보다 오히려 문어나 오징어와 더 가까운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왜 암모나이트만 멸종했을까요?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의 신진대사율 차이암모나이트가 중생대에 폭발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바로 높은 신진대사율이었습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닐 랜드맨 박사는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 탄소 동위원소를 바탕으로 암모나이트의 신진대사율을 측정한 결과, 앵무조개보다 상대적..
우리는 지렁이를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로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중서부 숲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외래 지렁이의 침입으로 울창한 숲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것이 지구 온난화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미네소타대학교 유경수 교수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지렁이의 두 얼굴, 그 놀라운 진실을 살펴보겠습니다.빙하기 이후 생태계: 지렁이 없는 숲의 평화약 2만 년 전 거대한 빙하는 미국 오대호 지역까지 침투했습니다. 이 빙하기로 인해 미국 중서부 지역의 토양에서는 추위를 견디지 못한 토착 지렁이들이 완전히 멸종했습니다. 1만 년 전쯤 빙하가 물러간 후 숲은 다시 살아났지만 지렁이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지렁이 개체군이 1년에 약 5에서 10m..
지구상 약 48,000종의 거미는 모두 육식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곤충은 물론 개구리, 물고기, 심지어 새나 쥐 같은 척추동물까지 사냥하는 거미들 사이에서 단 한 종만이 예외적인 식성을 보입니다. 바로 바기라 키플링지입니다. 고생대 대분기 이후 성공적으로 진화해 온 거미 중 유일하게 채식을 선택한 이 독특한 종은 생태학자들에게 진화의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아카시아 벨트체를 주식으로 삼은 유일한 거미2001년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생물학자 에릭 올슨은 코스타리카 열대우림에서 연구 중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그의 조교가 아카시아 나무에서 채집한 깡충거미가 개미의 철통 같은 호위를 뚫고 그곳에 서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카시아와 포세도미르멕스 속 개미들은 전형적인 공생 관계..
지구상에서 가장 귀여운 생명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다사자는 북태평양에서 남반구까지 넓은 해역에 분포하지만, 흥미롭게도 북대서양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리적 장벽과 생태적 적응의 복합적 결과입니다. 바다사자의 분포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생물지리학의 흥미로운 사례이자, 종의 진화와 환경 적응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북대서양에 바다사자가 없는 이유바다사자는 기각류에 속하는 해양 포유류로, 귓바퀴가 톡 튀어나와 있고 상체를 세워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귓바퀴 없이 구멍만 뚫려 있고 배를 땅에 대고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는 물범과 구분되는 주요 특징입니다. 바다사자과에는 물개아과와 바다사자아과가 포함되며, 덩치 면에서 바다사자가 물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