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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를 대표하는 생물 암모나이트는 공룡과 함께 백악기 대멸종으로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반면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앵무조개는 4억 9천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이 두 생물은 모두 두족류에 속하지만, 암모나이트는 국석아강에, 앵무조개는 앵무조개아강에 속하는 전혀 다른 계통입니다. 계통도상으로 암모나이트는 앵무조개보다 오히려 문어나 오징어와 더 가까운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왜 암모나이트만 멸종했을까요?

암모나이트
암모나이트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의 신진대사율 차이

암모나이트가 중생대에 폭발적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바로 높은 신진대사율이었습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닐 랜드맨 박사는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 탄소 동위원소를 바탕으로 암모나이트의 신진대사율을 측정한 결과, 앵무조개보다 상대적으로 두세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높은 신진대사율은 성장 속도와 번식 주기를 빠르게 만들어 종 분화를 촉진했습니다. 실제로 암모나이트는 평균 4에서 6년이면 성체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앵무조개는 다 자라기까지 약 15년이 걸립니다. 이러한 성장 속도의 차이는 암모나이트가 중생대에 들어서면서 갖가지 기괴한 모양을 지닌 종부터 지름이 최대 1.8m에 달하는 거대한 종까지, 5개 이상의 목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반면 당시 앵무조개는 고작 앵무조개 아목 하나에 4개의 속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백악기 들어서 급격히 높아진 산소 농도는 암모나이트의 높은 신진대사에 윤활유 역할을 하며 이들이 다양해지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표층에 살며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 등을 잡아먹고살았는데, 풍부한 먹이와 높은 산소 농도는 암모나이트의 전성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암모나이트가 고생대에 등장했음에도 중생대 표준 화석으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 시기의 폭발적인 번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높은 신진대사율은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습니다. 6,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대기권에 광범위하게 퍼진 수많은 황산화물은 산성비가 되어 내렸고, 그 결과 바다는 점차 산성화 되었습니다.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암모나이트의 껍데기는 속절없이 녹아내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재앙은 먹이의 감소였습니다. 해양 산성화로 플랑크톤의 개체수가 확 줄어들자, 높은 신진대사율을 가진 암모나이트는 더 이상 에너지 요구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반면 앵무조개는 평균 300에서 400m, 깊게는 700m 깊이의 심해에 살고 있었던 덕분에 암모나이트보다 산성화의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게다가 신진대사율도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진 환경도 나름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플랑크톤이 아닌 죽은 동물 사체를 먹는 습성 역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처럼 신진대사율의 차이는 단순히 성장 속도의 차이를 넘어, 대멸종 시기 생존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생태적 전문화가 초래한 멸종의 역설

암모나이트가 중생대 때 엄청나게 다양했다면 오히려 대멸종 때 어느 하나는 살아남아 대를 이어 생존할 확률이 더 높은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생태학의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특정 생물이 종 분화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생태적 전문화입니다. 이는 분화된 종들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먹이와 서식지가 최대한 서로 겹치지 않게 각각이 특정 먹이와 서식지에 최적으로 적응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암모나이트의 상황이 정확히 이러했습니다. 높은 신진대사율 덕분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탄생했지만, 모두가 특정 환경의 전문가였던 탓에 대멸종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는 마치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데 완벽히 최적화된 사람, 붓에 최적화된 사람, 두꺼운 매직펜에 최적화된 사람, 만년필에 최적화된 사람이 갑자기 태블릿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각각 특정 환경에서 전문화됐던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고 맙니다. 생태적 전문화는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지만, 대멸종과 같은 거대한 환경 변화 앞에서는 매우 취약합니다. 암모나이트의 각 종들은 특정 수심, 특정 먹이, 특정 해류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행성 충돌 이후 전 지구적 환경 변화가 일어났을 때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반면 앵무조개는 종 분화가 제한적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범용적인 생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번식 방식의 차이도 생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암모나이트는 0.5에서 2.6mm 크기의 작은 알을 그냥 물에 떠다니는 방식으로 번식했던 탓에 알마저 산성화 된 해양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앵무조개는 직경 약 3cm의 큰 알을 해저 바위에 부착하는 형태로 번식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안전했으며, 덕분에 앵무조개는 계속해서 대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3억 5천만 년이란 유구한 세월을 버텨왔던 암모나이트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졌고, 앵무조개는 운 좋게 살아남아 전 세계 바다에서 그 명맥을 이어나갔습니다.

앵무조개를 위협한 기각류의 등장

백악기 대멸종을 견뎌낸 앵무조개도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2,800만 년 전부터 앵무조개의 서식지가 계속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고작 동남아 오세아니아 해역에만 살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의 지위를 흔든 주역은 바로 기각류였습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앵무조개가 빙하기와 해류 흐름의 변화로 서식지가 축소됐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최근 연구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난 2022년 스웨덴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주택 팬 킬 박사는 올리고세 후기인 약 2,800만 년 전 북미에서 물범과 물개의 조상인 초기 기각류들이 등장한 후, 이들이 유럽, 남미, 아프리카 쪽으로 계속 퍼져나간 시점들이 앵무조개가 사라진 시점 그리고 지점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그는 느리게 헤엄치는 앵무조개들이 초기 기각류의 먹잇감으로는 안성맞춤이었고, 결국 이들의 번성과 함께 앵무조개의 서식지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가설은 생태계에서 포식자-피식자 관계가 생물 분포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앵무조개는 느린 이동 속도와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으로 인해 지능이 높고 기동성이 뛰어난 기각류에게는 이상적인 먹이였을 것입니다. 특히 심해에 서식하는 앵무조개의 특성상 육상 포유류가 진화한 기각류는 앵무조개가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포식자였습니다. 적응할 시간 없이 기각류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앵무조개는 전 세계 해역에서 점차 밀려났고, 결국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제한된 해역에만 남게 되었습니다. 아직 가설 단계이긴 하지만, 기각류 확산 시기와 앵무조개 서식지 축소 시기의 일치는 매우 설득력 있는 증거입니다. 이는 백악기 대멸종을 견뎌낸 앵무조개도 새로운 포식자의 등장이라는 생태적 압력 앞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계에는 영원한 약자도, 영원한 강자도 없으며, 생존은 언제나 변화하는 환경과 경쟁자에 대한 적응의 문제입니다.

결론

암모나이트의 멸종과 앵무조개의 생존은 높은 신진대사율과 그로 인한 빠른 종 분화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번성의 열쇠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 시에는 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태적 전문화는 경쟁 우위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적응력을 제한하는 양날의 검입니다. 또한 앵무조개의 서식지 축소는 기각류라는 새로운 포식자의 등장이 오랜 생존자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생존은 특정 시점의 우위가 아니라 지속적인 적응력에 달려 있습니다.

 

[출처]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는 왜? / 과학드림: https://www.youtube.com/watch?v=XIm0VY5Q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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