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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한 포유류 중 하나인 곰은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포악한 최강의 포식자입니다. 하지만 3,800만 년 전 곰의 조상은 작고 보잘것없는 육식 동물에 불과했습니다. 그로부터 수백만 년이 흐르며 일부는 기각류로, 일부는 육상 곰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곰 아르크토테리움이 등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곰의 진화 역사와 함께 초거대 곰의 출현 배경, 그리고 멸종 후 남은 안경곰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곰

곰의 진화과정: 작은 육식동물에서 거대 포식자까지

곰의 진화는 3,800만 년 전 등장한 작고 보잘것없는 육식 동물 조상에서 시작됩니다. 이 작은 육식 동물 중 일부는 바다로 방향을 틀어 기각류로 진화의 가지를 뻗어 나갔고, 또 다른 일부는 육상에 남아 적응하며 곰의 직계 조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존하는 동물 중 곰과 가장 가까운 것이 개가 아니라 물개나 바다코끼리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곰과 기각류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계통학적 증거입니다.

2,300만 년 전쯤 등장한 우르사부스 데니스는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까지 널리 번성한 곰의 직계 조상입니다. 이들은 곰의 조상 중 최초로 잡식성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잡식성 덕분에 보다 다양한 식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여타 육식 동물처럼 먹잇감을 빠르게 뒤쫓아 잡아먹는 사냥법을 고수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 결과 달리기와 방향 전환에 중요한 꼬리의 필요성도 사라지게 되었고, 후손들은 점차 꼬리가 짧아지며 우리에게 익숙한 곰의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판다 아과, 안경곰 아과, 곰 아과로 분기되며 다양한 종류의 곰들이 등장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곰 아과를 제외한 판다 아과와 안경곰 아과에서는 오직 한 종만 현존합니다. 판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축소와 멸종 위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남미에 사는 안경곰은 덩치도 작고 안데스 산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다른 곰들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줍니다. 이 안경곰은 불곰과는 관계가 먼 종이며, 불곰에서 갈라져 나온 북극곰처럼 최근에 진화한 것도 아닙니다. 안경곰에게는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곰 아르크토테리움의 후예라는 길고 신기한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아르크토테리움의 멸종원인: 경쟁자 등장과 환경 변화

193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병원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은 정체 모를 거대한 뼈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초거대 곰 아르크토테리움 보르스트덴시스의 왼쪽 위팔뼈로, 길이가 무려 80cm에 달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위팔뼈는 물론 현생 아메리칸 흑곰의 것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었습니다. 스페인 말라가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피게이리드 박사는 이들 수컷의 무게가 평균 1,200에서 1,500kg으로, 700kg에 불과한 암컷과는 상대조차 안 되며, 높이는 1.7m, 섰을 때 몸길이는 3.4에서 4.3m로 과거와 현재의 모든 곰을 통틀어 가장 컸던 종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르크토테리움이 이렇게 거대해진 배경에는 독특한 생존 전략이 있었습니다. 약 250만 년 전쯤 판의 이동으로 파나마 지협이 형성되며 북미와 남미 대륙이 서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폴리오닥토스라는 안경곰 아과의 조상 중 일부는 북미에 남고 일부는 남미로 내려가 각기 다른 종으로 진화했습니다. 북쪽에서는 아르크토두스 시무스가, 남쪽에서는 아르크토테리움이 등장했고, 두 종 모두 덩치가 어마무시하게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2016년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의 진화 생물학자 키레 미첼 박사는 잡식성이었던 이들이 육식을 위한 고기를 직접 사냥해서 얻기보다는 남이 방금 사냥한 먹잇감을 빼앗는 방법을 택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쟁자를 위협하고 몰아내기 위해 몸집이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아르크토두스의 팔다리 뼈는 몸집에 비해 다리가 가늘었기 때문에 먹잇감을 쫓을 만큼 빠르게 달리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거대한 시체의 약탈자였던 것입니다. 당시 북남미 대륙 내 경쟁자의 부재도 이들의 몸집이 커지는 데 한몫했습니다. 특히 남미 대륙은 북미와 연결된 지 얼마 안 됐기에 스텔라르코스 블랑쿠스 같은 소수의 토착 경쟁자만 존재했고, 그 결과 아르크토테리움은 많은 먹잇감을 독차지하며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해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곰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남미를 주름잡던 초거대 안경곰들은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2011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소이 벨슨 박사는 몸집이 커진 것과 정반대로 경쟁자의 등장이 이들을 멸종으로 내몰았을 거라고 추측했습니다. 북미의 거대 곰 아르크토두스 시무스는 재규어와 퓨마, 그리고 늑대 등이 본격적으로 북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이들과의 경쟁으로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다가 약 1만 년 전쯤에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생 불곰의 조상이 북미로 진출해 세력을 확장해 나간 것도 기존 거대 안경곰들에게는 큰 시련이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빙하기 또한 한몫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안경곰: 진화적 적응과 생존 전략

남아메리카 거대 안경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북미의 재규어와 퓨마, 늑대와 같은 육식 포유류가 파나마 지역을 통해 남쪽으로 계속 내려오자 아르크토테리움 역시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습니다. 결국 가장 컸던 아르크토테리움 보르스트덴시스는 약 80만 년 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들의 후손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자에게 밀리며 몸집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식단도 잡식성에서 초식성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이는 육식 동물과의 경쟁을 완전히 피하는 진화적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남아메리카에는 개체수가 만 마리도 채 안 되는 안경곰 1종만이 살아남아 겨우 명맥만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식단 대부분은 나뭇잎, 뿌리, 과일 등이며 육류 섭취는 고작 5%에 불과한 초식성 곰입니다. 안경곰의 몸집이 조상과 달리 작아진 것은 종간 경쟁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였습니다. 보통 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경쟁의 압박을 피하고자 몸집이 작아지는 선택압을 받게 되는데, 안경곰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불과 100만 년 전쯤 등장한 아르크토테리움과 이들의 후손인 안경곰의 몸집 차이가 극명한 것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진화적 적응이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거대했던 조상이 경쟁자의 등장과 환경 변화로 멸종의 길을 걸었다면, 작은 후손은 생태적 지위를 바꾸고 식성을 전환하며 살아남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진화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안경곰은 더 이상 거대한 약탈자가 아니라 안데스 산맥의 조용한 초식동물로서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찾아낸 것입니다.

우연히 발생한 지질학적 작은 사건 하나로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했던 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지금은 작은 곰 하나만이 남아 쓸쓸히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곰의 진화 과정은 환경 변화와 경쟁이 생물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거대한 약탈자에서 작은 초식성 곰으로의 변화는 생존을 위한 적응이 얼마나 극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안경곰의 존재는 진화의 역동성과 생명의 끈질긴 생존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출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곰의 비밀/과학드림: https://www.youtube.com/watch?v=GumR_xyyz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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