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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우리에게 친숙한 남극의 상징이지만, 그 진화의 역사는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가장 잘 나는 새인 앨버트로스와 공통 조상을 가진 펭귄이 어떻게 비행 능력을 포기하고 바다의 지배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독특한 생존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펭귄의 진화 과정, 수중 생활을 위한 신체적 적응,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 전략을 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앨버트로스와의 놀라운 연결고리
펭귄이 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친척이 앨버트로스라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적입니다. 앨버트로스는 새끼만 낳지 않을 거면 땅에 내리지도 않고 2년 동안 하늘만 날아다니는, 가장 큰 날개를 가진 새입니다. 반면 펭귄은 날개가 요만해서 날지도 못하는 새입니다. 이 두 새가 어떻게 가장 가까운 친척이 될 수 있을까요?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DNA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펭귄과 앨버트로스의 공통 조상은 6,600만 년 전 공룡 멸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펭귄을 논병아리, 바다오리, 도둑갈매기, 가마우지나 사다새의 친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생긴 게 그나마 좀 비슷하다고 여겼던 것이죠. 그러나 유전자 연구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펭귄은 펭귄목이고 앨버트로스는 관머리두루미목이지만, 이 둘의 조상이 갈라선 시점이 바로 대멸종 직후였다는 것입니다.
당시 공룡이 멸종하면서 땅도 무주공산이 됐지만 바다도 무주공산이 되었습니다. 바다의 거대한 파충류들이 싹 사라지면서 텅 빈 생태계적 틈새가 생긴 것입니다. 이 틈새를 향해 새들이 바다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남반구는 해수 온도가 낮아졌는데, 차가운 바다에는 오히려 먹을 것이 많아졌습니다. 해양 포식자도 마땅한 게 없었기에 새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펭귄의 조상은 이때 비행 능력을 포기하고 수영 능력을 택하는 진화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능력보다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능력이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수중 생활을 위한 완벽한 신체 적응
펭귄이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신체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비행을 하려면 몸이 가볍고 뼈가 텅 비어야 하지만, 잠수를 하려면 정반대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스킨스쿠버를 할 때 허리에 납덩어리를 차는 이유가 바로 가라앉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펭귄은 빨리 가라앉아 먹이를 잡아야 했기에 뼈가 단단해지고 무거워졌습니다. 새의 정빈 뼈와 달리 무겁고 단단한 뼈를 갖게 된 것입니다.
초기의 펭귄들은 덩치가 상당히 컸습니다. 마누라라고 하는 펭귄은 키가 약 160cm에 80kg 정도였고, 팔라이에우디테스라는 펭귄은 키가 2m에 116kg, 안트로포르니스는 180cm에 108kg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농구 선수 정도의 덩치로 당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였습니다. 거대한 고래들이 훨씬 나중에 나타났기 때문에 초기 펭귄들은 바다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몸의 유선형 구조도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지방층이 두꺼워진 것은 체온 유지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 먹을 것이 없을 때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깃털은 방수 깃털로 진화하여 아주 촘촘한 구조로 물이 맨살과 닿지 않게 했습니다. 등은 검은색으로 배는 흰색으로 변한 것도 수중에서의 위장 효과를 위해서였습니다. 수면 위에서 볼 때 검은 등은 바다의 어두운 색과 어울려 잘 안 보이고, 밑에서 볼 때 흰 배는 햇빛이 있어서 밝게 보이는 바닷물의 색과 어울려 역시 잘 안 보입니다.
펭귄의 수중 능력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시속 35km로 수영할 수 있는데, 이는 물 저항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날개가 지느러미 모양으로 변하면서 물속을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퍼덕퍼덕 날아다닙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펭귄을 '바다를 나는 새'라고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호흡법도 독특합니다. 육상에 있을 때는 심박수가 분당 70~100번이지만 잠수할 때는 분당 15번으로 줄어듭니다. 호흡률을 5분의 1까지 줄여 산소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뇌와 심장 같은 필수 기관에만 산소를 공급하고 소화기와 근육은 무산소 호흡을 합니다. 이를 통해 황제펭귄은 20분 동안 500m까지 잠수할 수 있습니다.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 전략
펭귄의 생존 전략은 단순히 신체적 적응에 그치지 않습니다. 토보깅이라는 독특한 이동 방법은 에너지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눈 위에 배를 깔고 지느러미형 앞다리와 뒷다리로 추진력을 얻어 미끄러지는 이 방법은 걷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빠르고 에너지 소비도 적습니다. 황제펭귄이나 아델리펭귄은 이 방법으로 걸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이동합니다. 엎드려서 가면 바람을 덜 맞아 체온 유지에도 유리하고, 포식자로부터도 숨기 쉽습니다.
뒤뚱뒤뚱 걷는 것도 전략입니다. 펭귄의 발목은 이미 몸 안에 들어 있어서 발가락과 발등만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런 체형을 가진 동물이 적은 에너지로 이동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뒤뚱뒤뚱 걷는 것입니다.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중력에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가는데, 이 방법은 에너지 소비가 80% 적다고 합니다. 빨리 갈 수는 없지만 멀리 가는 데는 더 유리하며,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일렬로 걷는 것은 투르 드 프랑스의 사이클 선수들처럼 바람 저항을 줄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앞에서 걷는 펭귄은 시속 30~40km의 바람을 받아야 하는 남극 환경에서 뒤따르는 펭귄들은 훨씬 수월합니다. 또한 앞 펭귄이 밟아 다진 눈길을 따라가면 미끄럽지도 않고 균형 잡기도 쉽습니다.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은 물범 같은 포식자에게 개체수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퍼스트 펭귄 현상도 흥미롭습니다.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 때 누군가 먼저 내려가야 하는데,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주저하게 됩니다. 이때 누군가를 툭 쳐서 먼저 빠지게 만들고, 그것을 보고 안전하다 판단하면 다른 펭귄들이 뛰어듭니다. 사냥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한 번 사냥할 때 수십 번 잠수해야 겨우 자기 체온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먹이를 얻습니다. 새끼가 있으면 더욱 힘듭니다. 먹이를 소화시키지 않고 뱃속에 그대로 쌓아두었다가 서식지로 돌아와 새끼에게 토해줍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남극이 녹아 진창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암컷이 먹이를 잡아 배에 가득 채워 토보깅으로 빨리 돌아와야 하는데, 진창에서는 터벅임을 못하고 뒤뚱뒤뚱 걸어야 합니다. 오래 걸리다 보니 소화 근육에 산소가 공급되어 먹이가 소화되어 버립니다. 새끼에게 토해줄 것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펭귄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펭귄은 일부일처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번식 성공률에 따라 짝을 바꿉니다. 번식에 성공하면 같은 짝과 계속하지만, 실패하면 다른 짝을 찾습니다. 짝을 잃으면 슬퍼하거나 혼란스러운 행동을 하지만, 평생 수절하거나 목숨을 바치는 일은 없습니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며, 번식이라는 생물의 최고 목표를 위한 합리적 선택입니다.
펭귄의 진화와 생존 전략은 자연선택의 놀라운 결과물입니다. 앨버트로스와 같은 조상에서 출발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한 펭귄은 수중 생활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와 행동 패턴을 발전시켰습니다. 토보깅, 뒤뚱뒤뚱 걷기, 무리 지어 다니기 등 모든 행동이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펭귄들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환경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SDpqKzKp5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