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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현존하는 육상 동물 중 가장 거대한 존재이자, 인간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동물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6천만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코끼리의 조상들은 어떤 환경 변화를 겪었고, 왜 거대한 몸집과 긴 코를 갖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장비목 동물의 놀라운 진화 과정을 통해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장비목의 기원과 초기 진화 과정
2009년 파리 고생물학 연구센터의 엠마누엘 박사가 모로코 우울드 앞돌 분지에서 발견한 에리테리움(Eritherium)은 약 6천만 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코끼리의 친척입니다. 이 초기 장비목 동물은 어깨 높이가 겨우 20cm, 몸무게는 5~6kg에 불과했으며, 긴 코도 상아도 없었습니다. 현재의 코끼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장비목은 아프로테리아 상목에 속하는 분류군으로, 여기에는 듀공과 매너티 같은 바다소목, 바위너구리, 코끼리땃쥐 등이 포함됩니다. 흥미롭게도 코끼리는 같은 아프리카에 사는 하마나 코뿔소보다 듀공이나 매너티와 더 가까운 친척입니다. 하마와 코뿔소는 북방진수류 중 로라시아 상목에 속해 있어 계통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약 5,500만 년 전에는 포스파테리움 다우니라는 종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체형의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에오세 중기인 약 4,500만 년 전 메리테리움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천만년 후 나타난 모에리테리움은 몸 높이 70cm, 무게 235kg으로 에리테리움보다 50배나 커졌으며, 위아래턱에 코끼리 상아에 해당하는 엄니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윗입술과 합쳐진 코는 식물을 뜯어먹는 데 적합한 형태로 발달했습니다.
모에리테리움은 지금의 이집트 북동부 지역, 당시 강 하구이자 바다와 맞닿는 곳에서 반수생 동물로 살았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장비목의 긴 코가 물속에서 효율적인 호흡을 위해 처음 등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설이 아니며 코의 진화에 대해서는 더 복합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환경 변화에 따른 거대화와 뇌 발달
약 3,200만 년 전부터 진정한 거대 장비목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라테리움과 오마니테리움은 어깨 높이 1.8m, 무게 약 2톤에 달했으며, 팔라오마스토돈은 더욱 커진 몸집과 함께 엄니와 코가 길어져 현대 코끼리와 비슷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올리고세에서 마이오세로 넘어오면서는 데이노테리움이라는 초거대 장비목이 등장했습니다. 어깨 높이 4m, 무게 13톤으로 현재의 아프리카 코끼리보다도 큰 이 동물은 장비목 중 처음으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진출했습니다.
특히 데이노테리움은 아래로 길게 자라는 독특한 엄니를 가졌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이 엄니가 땅을 파는 데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2001년 불가리아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니콜라이 스파소프 박사는 나뭇잎을 뜯어먹을 때 방해되는 잔가지를 걷어내고 자르는 데 사용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나무껍질을 벗겨 먹을 때 활용했다는 의견도 있어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9년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의 폴 메이저 교수와 줄리안 연구원은 코끼리 조상의 급격한 거대화 원인을 밝혔습니다. 약 2,600만에서 2,000만 년 전 사이, 지구는 빙하기로 인해 아프리카 밀림이 점차 초원으로 변했고, 먹잇감은 줄어들었으며 건기에는 물 웅덩이조차 찾기 힘든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압박 속에서 코끼리의 조상들은 변화된 식물상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먹을 만한 식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건기에 물웅덩이의 위치를 기억할 수 있는 뇌 발달의 선택압을 받게 되었습니다.
커진 뇌를 뒷받침하기 위해 몸집도 자연스럽게 커졌고, 큰 몸은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먼 곳까지 이동하기에 유리했으며, 더 많은 지방과 물을 저장할 수 있어 생존에 적합했습니다. 여기에 3천만에서 2천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이 레반트 지역(현재의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등)과 합쳐지면서 히파리온, 고대 하이에나, 에피르 제니스, 영양의 조상 등 다양한 동물들이 유입되었습니다. 메이저 교수는 장비류가 육식동물에 대항하고 초식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뇌와 몸집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대한 지적 능력과 생존 전략의 진화였던 것입니다.
코의 진화와 정교한 적응 메커니즘
코끼리 코의 진화는 장비목 진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초기의 스노클링 가설, 즉 물속에서 효율적인 호흡을 위해 코가 길어졌다는 설명만으로는 코가 지속적으로 길어지고 정교해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본 국립 과학 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도미다 유키미스 박사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장비목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크고 무거운 두개골을 지탱하기 위해 목은 짧아졌고, 그 결과 호수나 강의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코가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진화적 해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 역시 코의 움직임이 왜 그토록 정교해졌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현재 코끼리는 코로 땅콩을 집고 견과류 껍질을 벗겨내 알맹이만 먹을 정도로 놀라운 정교함을 보여줍니다. 2016년 남아프리카 야생동물 관리센터의 욜란다 프레토리우스 박사는 이에 대한 핵심적인 답을 제시했습니다. 코끼리의 코는 최대한 영양가 있는 먹이를 골라 먹기 위해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프레토리우스 박사는 과거 장비류의 몸집이 커지고 먹잇감이 부족해지는 과정에서 많이 먹는 것도 중요했지만, 가지나 줄기보다는 나뭇잎처럼 영양가 높은 부위만을 선별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코가 길어짐과 동시에 그 움직임이 정교해져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기린의 혀를 예로 들었는데, 기린이 혀로 섬세하게 먹잇감을 잡아채는 것처럼 코끼리의 코도 같은 역할로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약 2천만 년 전쯤 현대 코끼리와 비슷한 모습을 갖춘 장비류는 급속도로 다양해졌습니다. 마스토돈과 곰포테리움과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와 북미까지 진출했으며, 곰포테리움과 중 노티오마스토돈은 남미 대륙까지 진출해 불과 1만 년 전까지 생존했습니다. 천만년 전쯤에는 현재의 코끼리가 속한 코끼리과가 등장했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장비류는 생김새도 다양했습니다. 추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털을 지닌 매머드, 위아래턱 모두에 상아가 발달한 곰포테리움, 그리고 가장 독특하게 생긴 플라티벨로돈은 긴 주걱처럼 생긴 아래턱과 엄니를 가졌습니다. 과거에는 이들의 아래턱이 늪지대에서 수생 식물을 퍼내는 데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2016년 미국 베이피 학교의 샘플 이본 박사는 엄니 마모 패턴을 분석한 결과 나뭇가지를 자르거나 나무껍질을 벗겨내는 데 사용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끼리 진화의 핵심은 단순히 몸집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적 능력의 발달과 먹이를 효율적으로 섭취하기 위한 정교한 신체 기관의 진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약 2,600만 년 전 빙하기와 경쟁자 유입이라는 환경 변화는 뇌 발달을 촉진했고, 큰 몸집은 먼 거리 이동과 식량 저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특히 코의 정교한 진화는 영양가 높은 먹이를 선별적으로 섭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존 확률을 극대화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복합적 적응 전략이야말로 장비목이 남극을 제외한 지구 전역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코끼리는 상아를 노린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출처]
코끼리 진화의 놀라운 역사/안될 과학: https://www.youtube.com/watch?v=JCgwpthWq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