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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바나를 떠올릴 때 우리는 사자를 최상위 포식자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점박이하이에나가 생태계의 진정한 지배자일 수 있습니다. 비겁하고 더러운 청소부라는 오랜 편견 속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실체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점박이하이에나의 뛰어난 사냥 능력과 독특한 모계 중심 사회 구조, 그리고 영장류에 견줄 만한 사회적 지능까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사자를 능가하는 점박이하이에나의 사냥능력
현존하는 하이에나는 총 네 종으로 점박이하이에나, 줄무늬하이에나, 갈색하이에나, 그리고 땅늑대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에나를 늑대와 닮았다고 생각하여 갯과 동물로 착각하는데, 18세기 초 독일의 수학자였던 피터 콜베가 이들을 호랑이 늑대라고 부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사실 고양잇과에 속하며 계통도를 보면 늑대가 아닌 사향고양이나 몽구스, 포사 등과 더 가까운 관계에 있습니다.
점박이하이에나는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자가 먹고 버린 사체를 찾아다니는 비굴한 청소부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동물 생태학자였던 한스 크로크에 의해 이들이 누 또는 얼룩말 등의 동물들을 협력하여 직접 사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자와 하이에나가 같이 동물 사체를 먹고 있을 경우 약 53%가 하이에나가 사냥에 성공한 것을 사자가 얻어먹는 상황이라는 연구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식단의 무려 2/3를 사냥을 통해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심장 무게가 체중의 1%를 차지해 체중의 0.5%를 차지하는 사자보다 장거리 추적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점박이하이에나의 신체 구조는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능력을 뒷받침합니다. 긴 두개골을 둘러싼 강력한 측두근과 여기에 이어진 깨물근 덕분에 점박이하이에나의 무는 힘은 표범보다 40% 강합니다. 뼈를 깨뜨릴 수 있는 이빨도 매우 발달해 있는데, 특히 이빨의 법랑질 구조가 사자와 달리 'ㄷ'자 모양으로 맞물려 있어 뼈를 부술 때도 이빨 손상이 적은 편입니다. 이런 녀석들이 서른 마리가 모이면 얼룩말 한 마리쯤은 30분 만에 초토화시킬 수 있으며, 털과 발굽 빼고는 웬만한 것은 다 소화해 내는 강철 위를 가진 동물입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점박이하이에나가 광견병과 탄저균에 감염된 사체를 먹고도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금강불괴 수준의 면역력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생존 능력 덕분에 사실상 사바나에 사자를 제외하면 점박이하이에나에게 이렇다 할 천적이 없고, 표범조차 이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나무로 옮겨 먹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암컷이 지배하는 독특한 모계사회 구조
아프리카 생태계를 주름잡는 점박이하이에나 무리의 중심에는 암컷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형적인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암컷이 20cm에 달하는 거대한 음경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암컷 음경은 얼핏 봐서는 수컷의 것과 구분이 어려운데, 사실 이는 음핵이 변형된 가짜 음경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들이 자웅동체 동물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암컷의 가짜 음경 덕분에 점박이하이에나의 짝짓기는 암컷이 우위를 쥐고 있습니다. 생식기를 배 쪽으로 끌어당겨야만 짝짓기가 가능한 탓에 암컷의 협조 없이는 교미가 불가능하고, 심지어 암컷은 짝짓기 후에도 내키지 않으면 오줌을 싸서 수컷의 정액을 씻어내기도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암컷 점박이하이에나는 새끼를 낳는 질도 따로 없고 가짜 음경을 통해서 새끼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포유류 중에도 거미원숭이처럼 암컷이 가짜 음경을 지닌 종이 있긴 하지만, 점박이하이에나처럼 음경으로 새끼를 낳지는 않습니다.
암컷 생식기 굵기에 비해 새끼가 크다 보니 출산할 때 음경이 찢어지고 흉터로 남기도 합니다. 출산 과정에서 어미의 약 15%가 죽고 좁은 산도로 인해 새끼의 절반 이상이 질식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과학자들은 점박이하이에나에게 이처럼 비효율적인 기관이 진화한 이유에 대해 난색을 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같은 그룹 내 다른 암컷 성체가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암컷 새끼를 죽이지 못하도록 수컷처럼 보이게끔 진화한 위장막이라는 가설이 나오기도 했고, 수컷의 강제 교미를 막기 위해 진화한 전략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또한 모계 사회에서 자연스레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도 커지고 공격성도 강해졌는데, 이에 따른 부산물로 임신 중인 암컷에게서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이것이 새끼에게 영향을 미쳐 가짜 음경을 발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추정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명확한 정설은 없고 이들 암컷의 거대한 음경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점박이하이에나 무리에서는 암컷이 권력 그 자체입니다. 모든 수컷은 그 어떤 암컷보다 서열이 아래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암컷이 낳은 새끼들보다 서열이 더 낮습니다. 암컷 새끼들의 서열 역시 어미의 서열에 따라 정해지는데, 새끼 수컷들은 독립 전인 2에서 3년 동안만 어미의 서열을 물려받고 독립해서 무리를 떠나 다른 무리로 들어가면 가장 낮은 서열에서 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는데 서열에 따라 먹이 먹는 순서가 정해지기 때문에 최하위 계급의 수컷은 대부분 뼈만 먹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빨은 깨지거나 마모되어 볼품없는 경우가 많고 수명도 암컷보다 짧습니다.
영장류에 견줄 만한 사회적 지능의 비밀
점박이하이에나는 주로 혼자 생활하는 땅늑대, 그리고 넷에서 여섯 마리의 직계 가족으로 구성된 갈색하이에나나 줄무늬하이에나와 달리 최대 130마리 무리를 이룹니다. 지난 2007년 점박이하이에나를 30년간 연구한 미시간 대학교 동물학자인 케이 홀케 박사는 사회적 지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점박이하이에나가 개보다 전두엽 피질이 훨씬 발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이들의 전두엽 피질은 단순한 사회 체계를 지닌 갈색이나 줄무늬하이에나의 것보다 더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홀케 박사는 이는 점박이하이에나가 영장류에 못지않게 사회적 지능이 높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으며, 사회적 복잡성에서 인류의 지능이 진화했듯 점박이하이에나 역시 복잡한 사회 체계가 이들의 지능을 높이는 선택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점박이하이에나는 동물의 사체를 덤불이나 물속에 숨겨 악취가 멀리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대머리독수리 같은 다른 사체 청소부로부터 먹이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2년 홀케 박사가 진행한 먹이를 가둔 상자를 여는 테스트에서도 예순두 마리 중 아홉 마리가 성공했는데, 얼핏 성공률이 낮아 보이지만 이는 그리벳원숭이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듀크 대학교의 진화 생물학자인 크리스틴 드레아 박사는 양쪽 로프를 둘이서 함께 잡아당겨야 트랩 문이 열리면서 미트볼을 먹을 수 있는 협동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실험 결과 점박이하이에나는 2분도 채 안 되어서 성공했습니다. 드레아 박사는 이는 침팬지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라며 이들의 사회적 지능과 협력은 영장류에 견줄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높은 사회적 지능은 복잡한 모계 사회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대 130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무리 속에서 각 개체는 자신의 서열을 인지하고, 다른 개체들과의 관계를 기억하며, 협력과 경쟁을 적절히 조율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이 점박이하이에나의 뇌 발달을 촉진했고,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과 협동 능력에서 영장류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 구조가 언어와 문화를 발달시킨 것처럼, 점박이하이에나 역시 모계 중심의 복잡한 위계 사회가 높은 인지 능력의 진화적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겁함, 더러움, 겁쟁이라는 편견으로 얼룩져 있던 점박이하이에나의 진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사자보다 뛰어난 사냥 능력과 장거리 추적력, 독특한 모계 중심 사회 구조, 그리고 영장류에 견줄 만한 사회적 지능까지, 이들은 아프리카 사바나의 진정한 지배자입니다. 외모와 단편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오해는 우리 인간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무의식적인 편견과도 맞닿아 있으며, 과학은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줍니다.
[출처]
과학드림 - 하이에나에 관한 놀라운 비밀들: https://www.youtube.com/watch?v=QlMegAfpVw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