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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곤충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포식자로 손꼽힙니다. 95%에 달하는 놀라운 사냥 성공률은 사자의 25%, 상어의 20%를 압도하며, 이는 3억 년 이상 진화해 온 완벽한 신체 구조와 비행 능력의 결과입니다. 고생대 석탄기에 살았던 거대 잠자리 메가네우라부터 현재의 다양한 잠자리 종까지, 이들은 처음부터 최적화된 설계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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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사냥 성공률의 비밀

잠자리의 사냥 성공률 95%는 생태계에서 매우 예외적인 수치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호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야구 선수의 타율이 2할 5푼, 사자의 사냥 성공률이 25%인 것과 비교하면 이 수치가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습니다. 바다의 상어도 20%, 하늘을 나는 매도 22%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는데, 이는 생태계 균형을 위한 적정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자의 성공률이 95%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자는 쉽게 사냥에 성공하여 먹다가 지겨워서 먹다 말고, 다른 먹이를 또 사냥하는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 결과 시체만 늘어나고 초식동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생태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최고 포식자의 성공률이 20~25% 정도일 때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유입니다. 사자는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자기 상태가 좋을 때 만만한 먹이를 골라서 전심을 다해야 다섯 번 중에 한 번 성공하며, 성공하면 뼈까지 갉아먹는 방식으로 생존합니다.

그러나 잠자리는 이러한 생태계 법칙의 예외입니다. 95%의 성공률을 가지면서도 생태계 균형을 해치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효율성과 먹이 크기에 있습니다. 잠자리는 앞날개와 뒷날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호버링, 급회전, 정지 비행이 가능하며, 심지어 실잠자리 같은 경우 후진 비행도 할 수 있습니다. 후진은 물고기도, 사람이 만든 비행기도 할 수 없는 고난도 기동입니다. 잠자리는 날개 전용 근육인 직접 근육을 사용하여 에너지 효율이 매우 좋고, 빠르게 오래 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3만 개에 달하는 낱눈이 모여 형성된 겹눈은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위에서 내려다보며 수직 강하로 먹이를 포획하는 사냥 방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뛰어난 비행 능력과 시각 능력이 결합되어 잠자리는 곤충계의 최고 포식자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고생대 거대 잠자리 메가네우라

고생대 석탄기에는 메가네우라라는 거대한 잠자리가 살았습니다. 메가는 크다는 뜻이고 네우라는 신경이라는 뜻으로, 거대한 신경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잠자리 날개에 보이는 실금 같은 무늬가 신경망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신경망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신경망도 존재하기 때문에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네우라의 날개 하나는 40cm에 달했으며, 어떤 학자는 70cm까지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커다란 잠자리가 고생대 말 석탄기에 살았다는 것은 화석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다행히 메가네우라는 공룡 시대 이전에 살았기 때문에 공룡에게 잡아먹히지는 않았습니다. 공룡이 없었던 시절이라 자기를 잡아먹을 만한 위험한 포식자가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메가네우라가 이렇게 거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의 높은 산소 농도 때문입니다. 고생대 석탄기에는 산소 농도가 32~35%까지 달했습니다. 곤충은 사람처럼 고도로 발달된 순환계가 없어서 피를 통한 산소 전달이 어렵고, 확산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야 합니다. 덩치가 크면 확산이 어려워지는데, 산소 농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몸 안쪽까지 충분히 산소가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산소 농도가 높다고 모든 곤충이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커질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생대가 끝날 무렵 산소 농도가 20% 밑까지 떨어지면서 거대한 곤충의 생존은 불가능해졌습니다. 현재의 21% 산소 농도에서는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확산이 불가능합니다. 설령 지금 산소 농도가 다시 높아진다 하더라도 잠자리는 절대로 몸집을 키우지 못할 것입니다. 새라는 무지막지한 포식자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이 너무 많아서, 큰 잠자리는 잡아먹기 너무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메가네우라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 커져도 안전했기 때문이지, 커지는 것이 무조건 이익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최적화된 비행 능력과 신체 구조

잠자리는 석탄기 이후 추가적인 변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잘 만들어진 생명체입니다. 이는 은행나무와 비슷한 경우인데, 은행나무는 침엽수이면서도 은행잎은 침이 쫙 있고 침 사이가 연결된 형태로 활엽수의 장점과 침엽수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 만들어져서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잠자리의 비행 능력은 다른 곤충들과 비교하면 그 우수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메뚜기는 발로 도약해서 차고 올라온 후 단순한 날갯짓으로 짧은 거리만 이동합니다. 멀리 갈 때는 날개를 펴서 활공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이때는 대륙이나 사막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말벌은 호버링을 하지만 날개를 빙글빙글 돌려서 하며, 꽃 속에 들어가 꽃가루를 따기 위한 정지 비행이 가능합니다. 나비는 우아하게 날지만 이는 빨리 비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아해 보이는 것입니다. 천천히 날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멀리 갈 때는 바람에 날려서 이동합니다. 파리와 모기는 간접 비행 근육을 사용하여 쉬지 않고 엄청나게 빨리 날개를 떨어야 하므로 에너지 효율이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멀리 가지 못하고 사람에게 잡히기도 쉽습니다.

이에 비해 잠자리는 앞날개와 뒷날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여 매우 빠르고 유연하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날개를 비틀 수도 있고 회전도 시키며 정지 비행도 가능합니다. 앞날개와 뒷날개를 반대로 움직여 실잠자리 같은 경우 후진 비행도 할 수 있습니다. 잠자리의 겹눈은 3만 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져 있어 툭 튀어나와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동물보다 시각이 훨씬 좋으며, 이는 사냥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더듬이에는 감각 센서가 있어서 냄새, 온도, 습도, 공기 흐름을 잘 포착하는 후각 능력도 뛰어납니다.

잠자리는 레실린이라는 특별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벼룩, 매미, 파리도 가지고 있는데, 세 배로 늘려도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벼룩이 자기 몸길이의 수십 배를 뛰는 것도 레실린 단백질 덕분입니다. 잠자리도 이 고무 단백질을 통해 유연성이 강화되며, 현재 이 레실린을 우주복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력이 셀 때 견디는 우주복을 만들 때 곤충의 고무 단백질을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특이한 잠자리들도 있습니다. 나비잠자리는 검은색이며 앞날개는 가늘고 뒷날개가 넓적해서 얼핏 보면 나비처럼 보입니다. 노란뿔잠자리는 더욱 특이한데, 대부분의 잠자리가 물에서 애벌레 생애를 보내는 것과 달리 육상에서 알을 낳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어 잠자리가 됩니다. 가장 특이한 점은 더듬이가 나비 더듬이처럼 길고 끝이 곤봉처럼 덩어리로 생겼다는 것입니다. 처음 보면 나비로 착각하기 쉬우며, 노란색이 쫙 펴져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잠자리의 색깔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우연의 결과입니다. 대벌레가 나뭇가지처럼 생긴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벌레 세포가 주변 환경을 보고 일부러 나뭇가지 모양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뭇가지처럼 생긴 돌연변이가 새들에게 덜 잡아먹혀서 진화된 것입니다.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유리한 형질이 자연선택된 것입니다.

잠자리를 잡을 때 손을 빙글빙글 돌리면 잡기 쉽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잠자리가 어지러워서가 아니라, 움직일 때마다 여러 곤충이 다니는 것처럼 보여서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입니다. 몇 마리가 앞을 다니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해 잠깐 쉴 때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잠자리는 3억 년 이상 최적화된 설계로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95%의 사냥 성공률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날개, 3만 개의 낱눈으로 이루어진 겹눈, 뛰어난 후각, 레실린 단백질의 유연성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고생대 메가네우라는 높은 산소 농도와 적은 천적 덕분에 거대해질 수 있었지만, 현재는 환경 변화와 다양한 포식자의 등장으로 작은 크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잠자리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생명체로써, 추가적인 진화 없이도 수억 년간 생존할 수 있었던 자연의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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