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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년 영국 해군 장교 존 헌터가 호주에서 발견한 기묘한 생물은 유럽 과학자들에게 사기로 치부될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비버의 꼬리와 오리 주둥이를 가진 이 동물은 포유류와 파충류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였으며, 현재까지도 진화생물학의 가장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리너구리
오리너구리

알을 낳는 포유류, 단공류 분류의 비밀

오리너구리가 속한 단공류는 포유류 진화 과정에서 약 1억 6천6백만 년 전 분기되어 나온 매우 특수한 계통입니다. 약 3억 4천만 년 전 고대 양서류가 육지로 진출하면서 양막이라는 껍질로 둘러싸인 알을 낳기 시작했고, 페름기에 이궁류인 파충류·조류와 단궁류로 분화되었습니다. 1억 4천8백만 년 전쯤 단궁류에서 현재 포유류가 갈라져 나왔지만, 오리너구리를 포함한 단공류는 알을 낳는 습성을 유지한 채 독자적인 길을 걸었습니다.
현존하는 단공류는 오리너구리 한 종과 가시두더지 네 종, 총 5종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항온 동물이면서 3~4개월 동안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운다는 점에서는 포유류이지만, 파충류처럼 땅을 파고 알을 낳는 습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단공류'라는 새로운 분류군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2020년 코펜하겐 대학교의 구즈정 박사는 오리너구리가 알의 노른자를 만드는 비텔로제닌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새와 뱀에서도 발견되지만 다른 포유류에는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오리너구리는 노른자 생성 유전자가 새나 파충류보다 적어 알 속 영양분이 소량만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갓 부화한 새끼에게 젖을 먹일 수밖에 없는 진화적 이유입니다. 또한 2010년 시드니 대학의 캐서린 페팅턴 연구원은 오리너구리 박차에서 나오는 강력한 신경독의 성분과 유전자가 파충류의 것과 상당히 겹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포유류가 진화 과정에서 이빨과 발톱을 발달시키며 독을 잃어버린 것과 달리, 오리너구리는 파충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독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시적 특징들의 조합은 오리너구리가 조류나 현생 포유류와는 전혀 다른 계통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물속 사냥꾼의 비밀 무기, 전기 수용체

오리너구리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부리에 있는 전기 수용체입니다. 백악기 전기 호주 대륙에는 스테레오포돈이라는 가장 오래된 단공류가 서식했으며, 당시 강가에는 몸길이 5m에 머리 너비만 1m에 달했던 콜로스쿠스 같은 거대 양서류도 살았습니다. 신생대에 접어들면서 4,800만 년 전쯤 오리너구리 조상 중 일부가 가시두더지로 분화되었고, 오비두루돈처럼 현재 오리너구리보다 2.5배나 큰 거대 오리너구리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약 7천만 년 전 남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던 유대류의 조상들이 남극 대륙을 통해 호주로 건너오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2009년 진화생물학자 매트 필드는 유대류가 단공류보다 빨라서 서식지를 확장하기 쉬웠고, 새끼를 주머니에서 키우는 덕분에 번식 측면에서도 유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는 물속에 들어가면 새끼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수중 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알로 번식하는 오리너구리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리너구리의 부리는 전체가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뼈로 이루어진 새의 부리와는 확연히 다르며, 두 가지 감각 기관을 통해 기가 막힌 먹이 탐지기 역할을 합니다. 기계적 수용체는 근거리에서 먹이가 움직일 때 물을 통해 전달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고, 전기 수용체는 상어의 로렌치니 기관처럼 먹잇감으로부터 발생되는 전기 신호를 포착합니다. 오리너구리 부리의 감각선에는 약 7만 개의 작은 구멍이 있으며, 여기에 분포한 전기 수용체 세포들은 현존 포유류 중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 그리고 기아나 돌고래만이 보유한 특수 기능입니다. 육상 생활하는 가시두더지도 400~2,000개의 전기 수용체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과거 조상이 반수생 동물이었던 흔적 기관으로 추측됩니다.

생존을 위한 완벽한 수중 적응 전략

오리너구리의 수중 적응은 단순히 부리의 감각 기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의 몸은 육지보다는 수중 환경에 더 적합하게 진화했으며, 꼬리와 물갈퀴는 물론 전신이 반수생 생활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매트 박사는 가시두더지도 현재는 육상에 적응했지만 약 4,800만 년 전 조상은 아마도 오리너구리처럼 물에 살았을 것이며, 이는 육식 포유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리너구리는 사냥을 위해 잠수할 때 눈을 감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부리의 감각 기관 덕분에 먹잇감을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기장 감지는 물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기에, 수중 환경으로의 진화적 이동이 오리너구리의 생존에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백악기 전기 남미와 호주 등지에는 오리너구리 조상 종들이 널리 분포했지만, 백악기 대멸종과 유대류와의 경쟁으로 상당수가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중 환경에 적응한 일부 계통만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오리너구리에 자외선을 비추면 칙칙했던 털이 녹색 형광 빛을 띤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생체 형광 현상은 어류나 파충류에서는 흔히 관찰되지만 포유류에서는 일부 설치류와 토끼 등을 제외하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성입니다. 연구진들은 이것이 어둠 속에서 짝을 찾거나 의사소통보다는 자외선 영역에 민감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한 진화적 적응 전략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원시적이면서도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오리너구리의 모습은 사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적응의 결과물입니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와 파충류, 조류의 특징을 모두 지닌 살아있는 화석으로서 진화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알을 낳으면서도 젖을 먹이고, 독을 지니면서도 전기 감지 능력까지 갖춘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기묘한 것이 아니라 1억 6천6백만 년 진화의 역사가 만들어낸 완벽한 생존 전략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생명의 신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오리너구리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 과학드림: https://www.youtube.com/watch?v=_J01NQKSp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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