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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생물 중 하나였던 삼엽충은 캄브리아기부터 페름기까지 무려 3억 년간 지구 전역의 바다를 지배했습니다. 2만 종 이상의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번성했던 이들은 어떻게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을까요? 단 한 번의 재앙이 아닌, 세 차례에 걸친 대멸종 사건을 통해 삼엽충이 걸어간 멸종의 길을 살펴보겠습니다.

삼엽충
삼엽충

3억 년 번성: 삼엽충의 놀라운 생존 전략

5억 4천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 지구의 바다에 처음 등장한 삼엽충은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종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생물 분류 기준에서 '강'에 속하는 거대한 분류군입니다. 삼엽충 강에는 2만 종 이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몸을 세로로 나눴을 때 가운데 주엽과 양옆의 측엽까지 총 3개로 나뉜다고 하여 삼엽충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삼엽충의 성공 비결은 그들이 지닌 진화적 우위에 있었습니다. 고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외골격은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완벽한 방어구였고, 기초적인 소화관을 갖추어 효율적인 영양 섭취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특징은 바로 발달한 눈이었습니다. 지구상 거의 최초로 등장한 삼엽충의 겹눈은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를 피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삼엽충의 눈이 방해석이라는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뇌나 다른 말랑말랑한 조직은 화석화되기 어렵지만, 삼엽충의 눈은 뚜렷한 격자 구조가 화석으로 남아 현대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방해석의 복굴절 현상을 고려하면 삼엽충의 시야가 중첩되고 흐릿했을 것 같지만, 현재 많은 고생물학자들은 삼엽충의 눈이 복굴절 현상을 상쇄시킬 수준으로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어 생각보다 선명하게 세상을 봤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존 전략 덕분에 삼엽충은 아주 얕은 해안가에서부터 대륙붕까지 다양한 깊이에 서식하며, 현재의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시베리아, 유럽,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대륙까지 지구 전역에 걸쳐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종마다 생김새도 무척이나 다양했으며, 크기는 수 cm인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50cm가 넘는 거대한 개체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환경 적응력과 형태적 다양성은 삼엽충이 3억 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 동안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였습니다.

대멸종: 삼엽충을 무너뜨린 세 차례의 재앙

엄청나게 번성했던 생물이 완전히 멸절하기 위해서는 단 한 방의 타격으로는 역부족하며, 여러 차례의 하우 투 펀치가 필요합니다. 삼엽충에게 닥친 첫 번째 시련은 4억 4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에 찾아왔습니다. 당시 지구는 대빙하기에 접어들었고, 수온이 곤두박질치자 따뜻한 바닷물에 사는 삼엽충들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바닷물이 얼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얕은 바다에 사는 삼엽충들은 갈 곳을 잃고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해양 생물종의 80% 이상을 멸종시킬 정도로 강력한 사건이었습니다. 생태학자 사무엘 박사는 당시 42개 과에 달했던 삼엽충이 이 대멸종 사건으로 인해 과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4억 4천만 년 전 턱이 달린 물고기의 등장이 삼엽충 개체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는 가설도 제기되었는데, 이 시기와 맞물려 포식자에 대항하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삼엽충들이 대거 나타나는 경향이 그 증거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삼엽충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포티는 삼엽충 관련 저서에서 대빙하기 이후 차가운 물에서 사는 달마나이트 속 삼엽충이 등장했고, 눈이 발달한 파코피드 목의 삼엽충, 머리에 혹이 달린 녀석, 지금의 공벌레처럼 몸을 둥글게 마는 녀석까지 나타나며 삼엽충이 점차 그 다양성을 회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시련은 약 3억 7천만 년 전 데본기 후기에 찾아왔습니다. 프라스니안-파멘 사건으로 불리는 데본기 후기 대멸종은 육지보다는 해양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지질학자 토마스 알라즈 박사는 데본기 말기 해양 지층을 분석한 결과, 운석 충돌이나 화산 폭발 등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당시 해양에 2천만 년에 걸쳐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산소 부족으로 삼엽충을 비롯해 산호초 등 당시 해양 생물의 대부분이 멸종했으며, 10개 과 이상이었던 삼엽충이 데본기를 지나면서 고작 5개 과만 남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타격은 2억 5천1백만 년 전 페름기 대멸종이었습니다. 지구판 포맷이라 불릴 정도로 지구상 최악의 대멸종 사건이었으며, 해양생물 종의 95%, 육상 척추동물의 70%가 전멸했습니다. 명줄 질긴 삼엽충도 이 재앙 앞에서는 결국 무너져 내렸습니다.

화석기록: 돌이 된 역사가 전하는 메시지

페름기 대멸종의 가장 유력한 원인은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 폭발입니다. 2013년 이 화산 폭발을 연구한 알렉세이 이바노프 박사는 당시 화산 분출량이 400만 세제곱 킬로미터에 달했으며, 이는 미국 전역을 약 400m 두께로 덮고도 남는 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폭발은 삼엽충을 어떻게 멸종으로 몰아넣었을까요?

2018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은 페름기 대멸종의 구체적인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페름기 말 시베리아 지역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났고, 화산 분출물이 석탄기 동안 쌓인 석탄층을 뚫고 올라오면서 석탄을 연소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이 대기로 방출되기 시작했고, 이 온실가스들은 극심한 지구 온난화를 불러왔습니다.

당시 초대륙 판게아를 이루고 있던 지구의 지표 근처 수온은 무려 10도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바닷물이 뜨거워지자 삼엽충을 비롯한 해양 생물들의 신진대사가 빨라졌지만, 반대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바닷물에 녹아있는 용존 산소량은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심해진 대사량 증가로 더 많은 산소가 필요했던 해양 생물들은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진들은 해양 산성화 등 뒤이어 나타난 다른 요인들도 생물 멸종을 가속화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마 당시 삼엽충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죽는 것, 죽는 것, 죽는 것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캄브리아기 후기만 해도 60개 이상의 과를 자랑했던 삼엽충은 화려한 시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을 게 있다는 옛말처럼 워낙 번성했던 삼엽충이었기에 데본기에 살아남은 일부 삼엽충들은 석탄기를 거쳐 고생대 말기인 페름기까지 그 명줄을 이어갔지만, 결국 페름기 대멸종이라는 카운터 펀치 앞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현재 삼엽충은 단단한 돌이 되어 지구 대멸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채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방해석으로 이루어진 눈의 화석은 당시 삼엽충이 얼마나 정교한 시각 기관을 보유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입니다. 이들의 화석 기록은 단순히 과거 생물의 흔적이 아니라, 지구 환경 변화와 대멸종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

3억 년간 지구의 바다를 누비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다양화했던 삼엽충의 역사는 생명의 강인함과 동시에 환경 변화 앞에서의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단 한 번이 아닌 세 차례의 대멸종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삼엽충의 화석은, 현재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창이며, 삼엽충의 멸종 역사는 그 창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생존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출처]
과학드림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BH_OBXhv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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