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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파충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파충류가 가진 다리가 없고, 눈꺼풀도 없으며, 귓구멍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 뱀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뱀은 바다에서 왔을까요, 아니면 육지에서 왔을까요? 그리고 코브라는 왜 독을 멀리 뱉는 능력을 진화시켰을까요? 오늘은 뱀의 진화를 둘러싼 흥미로운 과학적 논쟁과 인류와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뱀

뱀의 육상 기원론과 해양 기원론의 백 년 논쟁

1896년 고생물학자 에드워드 코프는 보아사우루스의 화석을 보고 뱀이 해양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일부 해양 파충류가 물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 지느러미가 퇴화했고, 이후 육상으로 올라와 지금의 뱀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학계의 주류 의견은 달랐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육지에 살던 도마뱀이 땅속에 굴을 파는 생활에 적응하면서 다리가 퇴화되어 뱀이 되었다는 육상 기원론을 지지했습니다. 다리 없이 가느다란 몸만 있다면 더 작은 굴을 파서 숨을 수 있고, 이는 사냥이나 천적 회피에 유리하다는 논리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동일한 증거가 정반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뱀의 눈을 덮은 투명한 비늘과 귓구멍의 부재는 육상 기원론자들에게는 땅굴 생활 중 눈과 귀에 먼지나 흙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적응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반면 해양 기원론자들은 같은 특징을 바닷속에서 삼투압으로 인한 각막의 수분 손실을 막고, 수중 환경에서 불필요한 귓구멍이 퇴화한 결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약 100년 가까이 지속되었습니다.

1979년 팔레스타인의 이냐 불후 지역에서 발견된 파키라키스 프로 본래 마키코스 화석은 해양 기원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습니다. 캐나다의 생물학자 마이크 펠더 베른은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약 9천5백만 년 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뱀의 조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 태양 석회암층이었다는 사실은 해양 기원론을 강력히 지지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나자 씨 화석은 상황을 다시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파키라키스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다리 달린 뱀의 조상이었지만, 이들은 건조한 육상 지대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구분 육상 기원론 해양 기원론
다리 퇴화 이유 땅굴 생활 적응 물의 저항 감소
눈꺼풀 부재 흙먼지 유입 방지 각막 수분 손실 방지
귓구멍 부재 땅굴에서 불필요 수중 환경에서 불필요
주요 증거 화석 디네리시아, 나자 씨 파키라키스

2015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은 이 논쟁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습니다. 연구진은 파키라키스보다 훨씬 오래된 뱀의 조상 화석들을 발견했습니다. 1억 6천7백만 년 전 늪지대에 살았던 에어피스 언더우디, 1억 4천만 년 전 건조한 육지에 살았던 디아블로피스 길모레이, 그리고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다리 달린 뱀 포르투갈로피스 틸그네테스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뱀의 기원이 무려 쥐라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화석들의 발견지가 대부분 육지거나 늪지대 퇴적층이었다는 사실입니다.

2011년에는 육상 기원론을 더욱 확고히 하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대학교의 캐서린 콕스는 약 9천만 년 전에 살았던 뱀의 조상인 디네리시아 파타고니카의 귀 구조를 CT 촬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의 내이 구조가 현존하는 땅에 굴을 파는 뱀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캐서린 박사는 디네리시아가 백악기의 땅굴 뱀이었으며, 이는 뱀의 다리가 수중 환경이 아닌 땅속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라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뱀이 육지에서 기원했다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땅에 굴을 파는 동물들 중 상당수는 사지가 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뱀의 다리가 사라진 이유를 단순히 땅굴 생활 적응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또한 유전자 분석 결과 뱀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코모도 도마뱀으로 밝혀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해양 파충류인 모사사우루스와 가깝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뱀이 바다에서 살았던 모사사우루스로부터 기원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스피팅 코브라와 인류의 공진화

뱀목에 속하는 코브라는 맹독을 지닌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독침을 위해 3m까지 독을 뱉는 기술을 지닌 스피팅 코브라입니다. 이 독 뱉기 기술은 사냥보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으로 적을 향해 내뱉는다는 점에서 사냥감을 마비시키기 위해 독을 사용하는 여타 독사들과는 그 쓰임새가 다릅니다. 그런데 왜 이들은 굳이 독을 멀리까지 뱉도록 진화하게 된 걸까요? 놀랍게도 그 답은 인류와 관계되어 있습니다.

2021년 리버풀대에서 독을 연구하는 탈린 칸잔디안 박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코브라 중 침을 뱉는 코브라들을 분석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들은 진화 시기와 장소가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두 눈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독소인 PLA 툴을 가지고 있었으며, 멀리까지 침을 뱉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수렴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역적으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동일한 독과 이 독을 뱉는 행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런 방어 기작을 유발한 공통된 환경 요인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치 고래와 물고기가 서로 다른 종임에도 물이라는 공통된 환경 때문에 지느러미를 지니게 된 것처럼, 스피팅 코브라들도 공통된 환경적 압력에 반응하여 독 뱉기 능력을 진화시켰습니다. 연구진들은 침을 뱉는 코브라의 진화를 유발한 공통 환경 요인으로 인류를 지목했습니다. 분석 결과 아프리카의 침을 뱉는 코브라는 약 67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는데, 이는 초기 인류가 침팬지와 보노보에서 갈라져 나오던 시기와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또한 아시아의 침을 뱉는 코브라는 25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는데, 이는 호모 속이 아시아로 건너간 시기와 비슷합니다.

이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케이스웰 박사는 초기 인류 집단은 강력한 천적인 뱀을 경계했고, 원거리에서 돌 같은 물건을 던져 이들을 공격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코브라는 이 과정에서 방어를 위해 인간의 눈을 향해 독침을 뱉는 행동을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소 장난스럽게 들릴 수 있는 이 주장은 2021년 1월 사이언스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생물의 진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지역 스피팅 코브라 출현 시기 인류 진화 시기 연관성
아프리카 약 670만 년 전 침팬지-보노보 분기 초기 인류 출현과 일치
아시아 약 250만 년 전 호모 속 아시아 이동 인류 이주 시기와 일치

뱀 진화 연구가 주는 과학적 통찰

뱀의 진화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육상 기원론이 최근 들어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지만, 해양 기원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이는 과학이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증거를 통해 기존의 이론을 검증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임을 잘 보여줍니다. 뱀의 눈꺼풀이 없고 귓구멍이 없는 특성 하나만으로도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과학적 탐구의 복잡성을 드러냅니다.

특히 스피팅 코브라와 인류의 공진화 이론은 더욱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인류가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다른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 환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생태계에서 인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코브라가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장소에서, 그러나 동일하게 독을 멀리 뱉는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사실은 인류가 이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또한 화석 증거, 유전자 분석, 해부학적 연구 등 다양한 방법론이 통합적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생물의 진화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1억 6천7백만 년 전 에어피스 언더우디부터 현대의 스피팅 코브라까지, 뱀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작업은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현재 생물 다양성의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과학적 여정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화석의 발견과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뱀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계속해서 깊어질 것입니다.

뱀의 진화는 여전히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해결 질문들이야말로 과학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육상 기원론과 해양 기원론 사이의 논쟁, 코브라와 인류의 공진화 이론 등은 자연계에 우리가 아직 모르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창이며, 뱀의 진화 연구는 그 창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엿보는 여정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견과 논쟁이 우리를 설레게 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뱀의 다리는 완전히 사라진 건가요?
A. 아니습니다. 보아뱀이나 비단뱀 같은 원시적인 뱀들에게는 퇴화된 다리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몸 뒤쪽에는 작은 발톱 같은 구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퇴화한 뒷다리의 흔적입니다. 이는 뱀의 조상이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진화론적 증거로 활용됩니다.

Q. 모든 코브라가 독을 멀리 뱉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코브라과에 속하는 뱀 중에서도 스피팅 코브라로 분류되는 일부 종만이 독을 3m 이상 멀리 뱉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분포하며, 독을 뱉는 행동은 주로 방어용으로 사용됩니다. 일반 코브라들은 물어서 독을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Q. 뱀의 기원 논쟁은 완전히 해결되었나요?
A.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육상 기원론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나 일부 해양 화석 증거는 여전히 해양 기원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새로운 화석 발견과 분석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 논쟁을 계속 탐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VKBE3k9LZpU&t=2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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