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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는 환경 변화에 따라 극적으로 모습과 행동을 바꾸는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메뚜기가 황충으로 변하는 현상은 가장 놀라운 사례 중 하나입니다. 평화롭게 풀을 뜯던 메뚜기가 어떻게 농작물을 초토화시키는 살아있는 재앙으로 돌변하는지, 그 신비로운 메커니즘과 진화적 배경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메뚜기
메뚜기

황충 변신의 핵심, 세로토닌과 신경학적 메커니즘

메뚜기가 황충으로 변하는 과정은 특정한 생화학적 트리거에 의해 작동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동물학자인 스티브 심슨 박사는 20년 전 메뚜기가 서로 모여들어 신체 접촉을 하게 되면, 특히 뒷다리의 신경과 연결된 감각모를 건드릴 때 황충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2009년 심슨 박사와 연구진들은 메뚜기의 13가지 주요 호르몬 중 유독 세로토닌을 투여한 개체들만 무리를 형성한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실제로 황충이 되면 평상시보다 체내 세로토닌의 농도가 세 배까지 높아지는데, 이는 단순한 호르몬 변화가 아니라 메뚜기의 생존 전략 전반을 바꾸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막 메뚜기의 경우 뒷다리 자극이, 호주 전염성 메뚜기는 더듬이 자극이 변신의 방아쇠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종마다 진화적으로 다른 경로를 통해 동일한 결과를 달성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상 기후나 태풍으로 인한 홍수, 폭우가 발생해 예년보다 풀이 자라는 속도가 빨라지면 메뚜기의 번식 주기도 빨라지고, 같은 공간 내 개체수 밀도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먹이가 줄어들어 남아 있는 풀을 찾아 모여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1 제곱미터당 스무 마리가 넘어서기 시작하면 메뚜기들은 일제히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거대한 무리를 형성하며, 오로지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심지어 동종 포식마저 일삼는 곤충으로 변모합니다.

무리를 이룬 메뚜기 떼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수십 수백억 마리의 개체들이 뉴욕 시보다 넓은 1,000km 이상의 면적을 이루며, 많을 때는 1 제곱 km 당 8천만 마리가 분포하기도 합니다. 1875년 네브래스카 주와 미주리주 등지에서 발생한 로키산 메뚜기 떼는 캘리포니아 주보다 넓은 약 51만 제곱 km 면적을 뒤덮었고, 한 추산에 따르면 개체수만 3조 5천억 마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하루에 약 13만 톤에 달하는 농작물을 파괴할 수 있으며, 참고로 우리나라의 하루 쌀 생산량은 약 1만 톤입니다.

표현형 가소성, 생존을 위한 극적인 변화

메뚜기가 황충으로 변하는 현상은 표현형 가소성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DNA는 동일하지만 특정 환경에서 형태와 행동이 극적으로 변하는 이 현상은 1920년대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조차 이 둘이 서로 다른 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놀라운 변화입니다. 황충으로 변하면 색깔이 밝아지는데, 이는 언뜻 새 같은 천적들에게 쉽게 노출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독소를 품고 있다는 경고 신호입니다.

캐나다 콩코디아 대학교의 환경 생물학자인 엠마 데스플레 교수는 황충으로 변한 메뚜기들이 평소 혼자서 활동하던 시절과는 달리 히오시아민(hyoscyamine), 퀘르세틴(quercetin) 같은 알칼로이드 계통의 독소를 지닌 식물들을 선호하며 직접 찾아서 먹는다고 밝혔습니다. 새들에게 메뚜기 떼는 더 이상 먹이 노다지가 아닌 독소 천지가 되는 것입니다. 남아시아 국제 습지 위원회의 조류 학자인 아사드 라흐마니는 2019년 인도의 메뚜기 떼가 발생했을 때 그 지역에서는 새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몸집의 변화입니다. 황충이 되면 더 효율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몸집이 작아지지만, 역설적으로 뇌는 커집니다. 2010년 영국 라이세스터 대학교의 곤충 신경 생물학자인 스위트워터 오트 박사는 사막 메뚜기가 황충으로 변했을 때 전체적인 뇌의 크기가 약 27%가량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멀리서 먹이를 감지하는 시각과 후각 관련 부위는 단독 생활 메뚜기가 더 컸지만, 학습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부위는 집단을 이루는 황충이 더 컸습니다.

오트 박사는 메뚜기가 떼를 이루기 시작하면 먹잇감이 부족해지고 동종을 잡아먹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대 혼란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고차원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먹이를 찾는 것 자체가 기존보다 복잡한 사고를 요하기 때문에 뇌의 크기 변화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황충이 단순히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더욱 정교한 인지 능력을 발달시킨 생물임을 보여줍니다.

사막화가 만든 진화, 황충의 기원과 퇴치 연구

왜 특정 메뚜기 종들만 황충으로 변하게 되는 선택압을 받게 된 것일까요? 2017년 텍사스 A&M 대학교의 곤충학자인 송호준 박사는 사막 메뚜기의 경우 황충이 된 원인이 과거 790만 년 전 벌어진 사하라 사막의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사하라는 초목이 우거져 있었는데, 아프리카 대륙의 북상으로 테티스해가 닫히면서 사하라 전역이 점차 건조해졌고 메뚜기들의 먹이도 부족해졌습니다.

송 박사는 이런 환경 속에서 떼를 이루게 되면 동종 포식의 기회가 제공돼 배고픔을 달랠 수 있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나설 때도 집단으로 이동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사막 메뚜기들이 표현형이 변하게 되는 진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사하라가 사막화된 이후 약 600만 년 전 이곳을 떠나 남쪽으로 2,500km 떨어진 다육식물과 관목이 많은 지대로 이주한 사막 메뚜기의 아종은 먹을 것이 기존보다 풍부했기 때문에 조상종처럼 황충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대서양을 건너 아르헨티나의 건조지대, 즉 먹이가 부족한 곳에 정착한 남아메리카 메뚜기는 조상 종인 사막 메뚜기의 형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황충으로 변해 농작물을 파괴하는 습성이 나타납니다. 이는 사하라의 사막화가 사막 메뚜기를 황충으로 변하게 만든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증거입니다. 환경이 생물의 진화 방향을 결정하고, 그 형질이 유전되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진화론의 핵심 원리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과학자들이 메뚜기 떼를 연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을 퇴치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최근에는 곰팡이 균을 활용한 방제법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메뚜기들이 무리를 이뤘을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대부분 이들의 장내 세균에서 만들어지는데, 2014년 중국 농업대학교 왕평 박사는 특정 균류가 이 세균의 생장을 억제시켜 메뚜기의 세로토닌 수치를 낮춰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화학 살충제에 의존하지 않고 생물학적 방법으로 황충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메뚜기가 황충으로 변하는 과정은 단순히 곤충학의 흥미로운 현상을 넘어, 환경 변화가 생물의 행동과 형태를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입니다.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하나가 평화로운 개체를 파괴적인 집단으로 변모시키는 과정, 표현형 가소성을 통해 생존 전략을 완전히 전환하는 모습, 그리고 790만 년 전 사막화라는 환경 압력이 만들어낸 진화적 유산은 자연의 적응력과 복잡성을 잘 보여줍니다. 동시에 군중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과학드림: https://www.youtube.com/watch?v=gGJHLiI5l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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