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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심해. 그곳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구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심해 어류 생물량의 65%를 차지하는 샛비늘치과, 영어로는 랜턴피시입니다. 이 작은 물고기들은 몸에서 빛을 내는 발광포를 지니고 있으며, 전 세계 바다 곳곳에 무려 246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심해어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들은 연간 16억 5천만 톤의 탄소를 심해로 격리시키며 지구 온난화를 막는 숨은 영웅입니다.

랜턴피시
랜턴피시

심해 산란층의 발견과 랜턴피시의 정체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샌디에이고 주변 해역에서 훈련 중이던 미 해군은 음파탐지기를 통해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줄에 납을 매달아 측정한 수심은 약 3,000m였으나, 음파탐지기에는 100m로 표시되었고, 더 놀라운 것은 이 바닥이 두 개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위치에서 어떨 때는 수심이 100m로, 또 어떤 때는 500m로 기록되는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보고되었습니다.
이 수수께끼는 1945년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마틴 존슨 박사에 의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낮에는 수심이 400에서 500m로 측정되다가 밤이 되면 100에서 200m로 측정되는 일정한 주기를 발견했습니다. 3년간의 연구 끝에 존슨 박사는 이것이 실제 해저 바닥이 아니라 '유령 바닥', 즉 가짜 바닥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정체는 바로 심해의 거대한 동물 군집이었습니다.
새우, 크릴, 작은 오징어, 어류로 이루어진 이 생물 군집은 낮에는 수심 500에서 1,000m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포식자의 위협이 줄어드는 표층으로 올라와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대규모 수직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음파가 진짜 해저 바닥까지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이 생물들에 부딪혀 돌아왔기 때문이었고, 수심의 깊이가 주기적으로 바뀐 원인은 생물 군집의 밤낮 수직 이동 때문이었습니다. 존슨 박사는 이를 '심해 산란층'이라고 명명했으며, 이후 연구를 통해 이 층을 구성하는 생물 중 상당수가 랜턴피시임이 밝혀졌습니다. 랜턴피시는 몸길이 2cm에서 15cm의 작은 물고기지만, 심해 어류의 생물량 중 무려 65%를 차지하는 놀라운 존재입니다. 이들은 몸에 분포한 발광포의 배열 패턴으로 종이 분류되며, 이 발광포는 의사소통, 구애, 그리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필수 기관입니다. 특히 배 쪽 발광포에서 빛을 내어 아래에서 보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감춤으로써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합니다.

생물학적 탄소 펌프와 탄소 격리의 메커니즘

바다는 약 38,000 기가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입니다. 이는 대기 중 탄소 양의 약 45배, 토양과 식물에 저장된 양의 16배, 영구 동토층의 23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이렇게 많은 탄소가 심해로 격리되는 과정에는 물리적 방법과 생물학적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물리적 방법은 연령 순환에 의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있는 찬 해수가 밀도 차이로 인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탄소가 심해로 전달됩니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회로 순환이라 매우 느린 과정입니다. 두 번째는 생물에 의한 방법으로, 이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대기에서 바다 표층으로 녹아든 이산화탄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재료로 사용됩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에 고정된 탄소는 먹이사슬을 따라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육식성 해양생물로 이동하고, 이들이 죽으면 사체와 부산물이 천천히 해저로 가라앉습니다. 이를 '바다 눈'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가라앉은 바다 눈은 탄소를 해저에 격리시킵니다. 생물에 의해 탄소가 심해로 이동하는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생물학적 탄소 펌프'라고 합니다.
만약 이런 과정이 없다면 표층에만 이산화탄소가 계속 축적되어 더 이상 대기에서 바다로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여 극심한 지구 온난화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다 눈을 통한 탄소 격리는 하루에 수십 cm씩 증가하기 때문에 바다의 평균 깊이 4,000m를 고려하면 해저에 도달하기까지 무려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 지점에서 랜턴피시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바다 눈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탄소 격리 메커니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영웅, 랜턴피시의 탄소 격리 효과

1940년대 심해 산란층 발견 이후, 해양학자들은 바다 눈 외에 또 다른 탄소 격리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랜턴피시를 비롯한 크릴, 오징어 같은 작은 생물들의 대규모 수직 이동이었습니다. 이들은 밤에 표층으로 올라가 먹이를 섭취한 후 다시 심해로 내려와 배설을 합니다. 이 배설물들은 입자의 크기가 크고 무거워서 해저로 빠르게 침강하여 탄소를 더욱 효율적으로 격리시킵니다.
2021년 러커스 유저지 주립대 해양 해양과학과의 그레이스 사바 박사는 랜턴피시에 의해 격리되는 연간 탄소량이 무려 16억 5천만 톤이며, 이는 해양으로 격리되는 총 탄소의 16%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숲이 연간 포집하는 탄소량이 약 12억 톤인 것과 비교하면 랜턴피시의 기여도가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고래가 죽은 뒤 해저로 가라앉아 격리되는 탄소량이 연간 최대 4억 톤으로 추정되는데, 랜턴피시는 이보다 무려 4배나 많은 양의 탄소를 심해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랜턴피시를 식량원으로 활용하려는 어업 시도도 있었으나, 탄소 격리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랜턴피시의 개체수 감소는 단순히 한 종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탄소 순환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이 작은 물고기들이 실제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는 핵심 주체라는 사실은,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습니다.
우리는 종종 거대하고 특이한 생물들만이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랜턴피시는 평범한 다수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심해 어류 생물량의 65%를 차지하는 이들의 일상적인 수직 이동이 아마존 숲보다 더 많은 탄소를 격리시킨다는 사실은, 특출난 소수보다 평범한 다수의 집단적 행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자연계가 그렇듯, 평범함 속에 위대함이 있으며, 우리가 주목하지 않던 존재들이야말로 지구를 지탱하는 진정한 영웅일 수 있습니다.


[출처]
과학드림: https://www.youtube.com/watch?v=2Kwy0PHKLs4&t=35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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