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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는 곰, 수리부엉이와 함께 대한민국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뛰어난 사냥꾼이지만,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되어 엄격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담비를 불법 포획하거나 사육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그야말로 '촉법 동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담비의 뛰어난 사냥능력과 생태적 특징
담비는 몸통 길이 45~60cm, 꼬리 길이 37~45cm로 큰 개체는 전체 길이가 1m에 달하지만, 몸무게는 2~5kg에 불과한 슬렌더형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체 구조 덕분에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며, 나무를 타고 땅굴을 파는 등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담비의 사냥 리스트는 매우 화려합니다. 쥐, 참새, 비둘기 같은 소형 동물은 물론이고 노루, 고라니, 심지어 멧돼지나 새끼 판다까지 사냥 대상에 포함됩니다. 중국에서는 담비가 새끼 판다를 호시탐탐 노리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대담한 사냥 행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닙니다. 담비는 사냥감의 목덜미나 척추 근처를 정확하게 노려 한 번의 공격으로 신경계를 무력화하는 정교한 사냥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보다 큰 동물을 사냥할 때는 여러 마리가 협동 사냥을 펼칩니다. 한 개체는 뒤에서 추격하고, 다른 개체는 옆에서 길목을 막으며, 마지막 개체가 앞에서 마무리하는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비 무리가 고라니를 사냥한 흔적이 종종 발견되며, 인도 국립공원에서는 담비 두 마리가 성체 붉은 털 원숭이를 협동해서 끌고 가는 장면이 논문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담비가 속한 족제비과는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포식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유류 포식자 39종에게 먹이 퍼즐 상자를 주고 해결 능력을 비교한 연구에서 족제비과는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야생 일본 담비가 나뭇껍질과 나뭇가지를 숟가락처럼 사용해 물에 담긴 통에서 유충을 꺼내려 시도한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담비의 인지 능력과 도구 사용 능력이 상당히 뛰어남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담비는 생태계에서 긍정적인 역할도 수행합니다. 지리산에서 담비의 똥 900개 이상을 분석한 결과, 말벌의 흔적이나 벌집 성분이 자주 발견되어 뛰어난 말벌 헌터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열매를 즐겨 먹으며 씨앗을 멀리 퍼뜨려 식물의 종자 산포를 돕는 역할도 합니다.
담비가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와 국제적 사례
국내 담비 개체수는 약 3천 마리 정도로 추정되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담비의 개체수 감소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러시아의 검은 담비, 미국의 아메리카 담비, 영국의 유럽 소나무 담비 등 세계 여러 지역의 담비가 개체수 감소로 지역 멸종 위기를 겪었습니다.
멸종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서식지 파괴와 단절입니다. 담비는 울창한 산림을 선호하며, 나무가 빽빽할수록 잘 살고 한 마리가 넓은 영역을 오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벌목, 골프장 건설, 리조트 개발 등으로 숲이 조각조각 끊기면서 담비 한 마리가 살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었고, 개체군이 흩어지면서 번식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담비 멸종위기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모피 수요입니다. 담비의 털은 촘촘하고 부드러우며 가벼울 뿐만 아니라 광택까지 지니고 있어 고급 모피의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중후반에 모피나 약재용 밀렵이 많이 이루어졌으며,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 불법 포획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에서는 모피가 '부드러운 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 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중세 때부터 동슬라브의 대표적인 수출품은 모피였으며, 세금도 모피로 내고 벌금도 모피로 물고 무역 대금도 모피로 치르는 등 모피가 거의 화폐처럼 사용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가 2023년에 유로를 도입하기 전까지 사용한 '쿠나'라는 화폐 단위도 담비를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러시아가 정말 공격적으로 담비를 사냥하기 시작한 것은 16~17세기부터였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로 진출했고, 시베리아 숲에는 유럽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검은 담비가 아주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검은 담비의 모피는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명품 중의 명품이었기 때문에, 러시아는 검은 담비를 대량으로 포획했습니다. 한때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세관을 1년 동안 통과한 검은 담비 가죽이 수십만 장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메리카 담비 역시 모피 수요와 대규모 벌목이 겹치면서 사라지기 일보 직전 상태까지 갔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조금 다른 이유였습니다. 사냥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담비가 새나 사슴을 잡아먹어 자신들이 사냥할 게 없다며 담비를 집중 포획했던 것입니다.
담비 개체수회복을 위한 노력과 생태계 긍정 효과
러시아, 미국, 영국 세 지역의 공통점은 담비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보호와 복원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는 개체수가 점점 회복되는 중입니다. 담비는 잡식성으로 아무거나 잘 먹고 지능이 높아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숲을 재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을 때 회복력이 좋은 편입니다. 다만 번식 속도가 빠르지 않고 새끼를 많이 낳는 것도 아니라서 개체수 회복에는 몇십 년 단위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국에서는 담비 개체수 회복과 함께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토종 유종이었던 빨간 다람쥐의 개체수가 덩달아 회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담비가 외래종인 회색 다람쥐를 주로 사냥한 덕분입니다. 담비는 나무를 타는 능력이 뛰어나고 회색 다람쥐가 빨간 다람쥐보다 몸집이 커서 더 선호하는 먹잇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상위 포식자의 복원은 생태계 전체의 균형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담비 보호를 위해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하고 엄격한 법적 보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식지 보전과 생태 통로 조성, 불법 포획 단속 강화 등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담비 개체수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담비는 말벌을 사냥하고 종자 산포를 도우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입니다.
담비의 개체수 회복은 단순히 한 종의 보존을 넘어서 건강한 생태계를 되찾는 일입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상위 포식자가 돌아오면 외래종 조절, 토종 종 회복 등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도 지속적인 보호 노력을 통해 담비를 더 자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담비는 뛰어난 사냥 능력과 높은 지능을 가진 매력적인 야생동물이자, 우리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핵심 종입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담비를 보호하고 개체수를 회복시키는 것은 우리 세대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생태적 책임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KNDpIZz9gQ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