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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6억 마리에 달하는 집고양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개가 1만 8천 년 전 야생 늑대로부터 길들여진 것과 달리, 고양이의 가축화 역사는 최근까지도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이집트 벽화 속 신비로운 존재에서 현대의 반려동물까지,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하게 된 과정은 단순한 길들임이 아닌 상호 이익에 기반한 공생의 역사입니다. 오늘은 고양이의 기원과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과학적 증거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고양이
고양이

단일 기원종, 아프리카 들고양이의 비밀

들고양이로부터 분화된 5개의 아종 중에서 현재 우리 곁에 있는 집고양이는 놀랍게도 단 하나의 종으로부터 가축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사막 고양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들고양이입니다. 이는 개가 여러 지역의 다양한 늑대 종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가축화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입니다.

이러한 단일 기원의 특성 덕분에 전 세계 고양이들은 생김새와 크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페르시안 고양이든 샴 고양이든, 모든 품종이 같은 조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분자유전학자인 에바 마리아 갤 교수가 고양이의 DNA를 추적한 결과, 고양이는 1만 년 전쯤 중동 근처에서 길들여지기 시작했으며, 6천5백 년 전 이집트와 유럽, 아시아 일부로 퍼져나갔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집트 문명과 고양이의 관계입니다. 이집트 신화 속 여신 바스테트는 고양이 머리를 지녔고, 이집트인들은 벽화에 고양이들을 그려 넣었으며, 심지어 고양이들의 유골을 모아 미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약 4,000년 전 이집트의 예술품들 속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기록들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고양이의 가축화 시기를 4,000년 전으로 추정했습니다. 웅장하고 신비로웠던 고대 이집트 문명의 수많은 고양이 집사들을 상상하면 재미있는 일이지만, 이 정설은 곧 새로운 발견으로 수정되어야 했습니다.

키프로스 섬에서 밝혀진 9,500년의 역사

2004년 지중해의 키프로스 섬에서 고양이 가축화 역사를 완전히 뒤바꾸는 발견이 이루어졌습니다. 프랑스의 고고학자 장 데니스 비뉴 박사가 이곳 고대 마을 유적지에서 놀라운 화석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9,500년 전 사람과 함께 매장된 8개월 된 고양이 뼈였습니다.

장 박사는 고양이의 뼈가 잘게 분해되지 않고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사람과 함께 매장된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당시 인간과 고양이가 유대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펜유 박사는 이 내용을 사이언스지의 논문으로 발표했고, 이 연구로 인해 고양이의 가축화 시기는 기존 4,000년 전에서 9,500년 전까지 무려 5,500년이나 앞당겨지게 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단순히 연대를 수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9,500년 전이라는 시기는 인류가 본격적으로 농경을 시작하던 신석기시대와 맞물립니다. 즉, 고양이의 가축화는 인류의 생활 방식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키프로스 섬은 자연적으로 고양이가 서식하지 않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고양이를 배에 태워 이 섬으로 데려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이미 고양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곡식을 지키는 공생관계의 탄생

미국의 고고학자 멜린다 제도 박사는 인간이 크게 3가지 경로로 야생동물을 가축화시켰다고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먹이 경로로, 돼지, 양, 염소처럼 식량을 위해 길러진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규제된 경로로, 당나귀, 말, 소처럼 통제와 운송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축화된 경우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공생적 공존입니다.

고양이는 명백히 세 번째 경로를 통해 인간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야생 동물이 인간의 음식에 매료되어 인간의 서식지에 자주 나타나고, 자연스레 가까워지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개가 사냥에 도움을 주고 인간으로부터 음식을 얻는 상부상조 전략을 택했다면, 고양이는 쥐를 잡아주는 대가로 인간의 곁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2014년 중국과 미국의 연구진이 중국의 콴후쿠니 농업 마을 유적에서 발견한 5,300년 전의 고양이 뼈가 이를 명확히 입증합니다. 연구진이 고양이 뼈의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그 비율이 이 농업 마을의 주요 곡물들의 동위원소 비율과 일치했습니다. 당시 연구진이었던 피오나 교수는 이 결과가 사람들이 창고에 쌓아 놓은 곡식을 먹는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곡식을 저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람이 사는 곳에는 쥐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쥐가 들끓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고양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렇게 인간과 고양이는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곡식이 무척이나 중요했던 인간의 입장에서는 곡식 지킴이로 고양이만 한 동물이 없었고, 고양이 역시 먹잇감을 손쉽게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마을만 한 곳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완벽한 윈윈 관계 속에서 고양이는 인류의 반려동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습니다.

항로를 따라 전 세계로 퍼진 6억 마리의 후손들

좁은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집고양이는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요? 여기에는 바다와 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중동과 이집트 지역의 선원들은 배에 고양이를 태우고 항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쥐가 배에 쌓아둔 식량을 훔쳐 먹고 밧줄을 갉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4세기 경 고양이는 항로를 따라 이집트에서 로마 쪽으로 건너갔고, 중세 시대에는 발트해까지 진출해 바이킹들과 함께 항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으로 퍼진 고양이들은 18세기 대항해 시대를 거치며 서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로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갔습니다. 동시에 동아시아 쪽으로도 실크로드를 따라 고양이들이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집고양이는 전 세계를 물들이기 시작했고, 현재 그 숫자는 무려 6억 마리에 달합니다. 만약 인류가 없었다면 아프리카 들고양이의 한 작은 개체군이 이토록 성공적으로 번식하며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각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 따라 품종도 다양해졌지만, 모든 집고양이는 여전히 그 사막 고양이의 DNA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기원과 전파 과정은 단순한 동물 가축화의 역사를 넘어, 인류 문명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된 공생의 이야기입니다. 농경의 시작, 해상 무역의 발달, 문명의 확산과 함께 고양이도 함께 여행했습니다. 만약 고양이들이 이런 역사를 안다면 지금보다 덜 도도하고 인간 집사를 조금만 덜 부려먹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고양이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9,500년 전 키프로스 섬에서 시작된 인간과 고양이의 인연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특별한 관계는 이어질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sHDMqSafF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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