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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고라니의 90%가 한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뿔 대신 송곳니를 가진 이 독특한 동물은 서양에서 '뱀파이어 디어'라고 불립니다. 고라니는 사슴과 다른 진화 경로를 걸었으며, 한국의 생태계 변화 속에서 독특한 생존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천적의 부재와 환경 적응력으로 개체 수가 급증한 고라니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고라니
고라니

뱀파이어 사슴, 고라니의 독특한 송곳니

고라니는 수컷의 경우 위턱에서 아래쪽으로 길게 자란 송곳니가 특징입니다. 이 송곳니가 드라큘라의 뱀파이어 송곳니처럼 보이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뱀파이어 디어라고 부릅니다. 사향노루 역시 같은 이유로 뱀파이어 디어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향노루가 이미 절멸했습니다. 사향노루는 강력한 향이 나는 사향 때문에 약재나 미약으로 사용되었고, 과도한 포획으로 남한에서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라니와 사향노루는 이름에 노루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노루가 아닙니다. 노루와 사슴은 모두 사슴과 동물로 뿔이 있지만, 고라니와 사향노루는 고라니과에 속하며 뿔이 없습니다. 이는 진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고라니가 뿔이 있다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더 원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라니 계열은 약 3천만 년 전에 등장했고, 사슴 계열은 2,500만 년 전에 등장했습니다. 현재적인 사슴은 2천만 년 전에 등장했으니 약 천만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공통 조상은 송곳니만 있었는데, 고라니는 송곳니를 계속 유지했고 사슴은 송곳니를 포기하고 뿔을 진화시켰습니다. 조그만 동물인 고라니에게 뿔은 숲에서 도망가다 걸리는 불리한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뿔을 만들려면 칼슘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므로 작은 고라니에게는 부담이 컸을 것입니다.

고라니의 송곳니는 공격하거나 먹는 용도가 아닙니다. 고라니는 순전한 초식동물이며, 송곳니는 수컷끼리 경쟁할 때 과시용으로 사용됩니다. 암컷에는 송곳니가 없다는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포식자를 만나면 기본적으로 도망가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순간에 송곳니를 사용합니다. 이는 쥐가 고양이나 뱀을 만났을 때 허세를 떨며 물어버리는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상대가 당황하는 사이에 도망가는 것입니다.

송곳니 진화와 사슴의 뿔 발달 차이

사슴에게 송곳니가 없어진 이유는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슴은 덩치가 커졌고, 작은 초식동물처럼 빨리 도망가는 것보다 힘으로 영역을 정하는 것이 유리했습니다. 자신을 과시하는 상징으로 뿔이 적당했던 것입니다. 뿔은 송곳니보다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송곳니는 한번 부러지면 끝이지만, 뿔은 계속 자라며 재생 가능합니다. 뿔은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 생존 확률을 높여주고, 넓은 초원에서 포식자를 막아줄 수도 있습니다.

송곳니는 아주 가까이 와야 자기 방어가 가능하지만, 뿔은 1~2m씩 자라면 포식자가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또한 먹이 환경이 변했습니다. 사슴이 사는 곳의 먹이가 나무껍질이나 거친 풀에서 과일이나 부드러운 풀로 바뀌면서 송곳니가 오히려 식물 섭취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고라니는 작은 덩치 때문에 송곳니가 계속 필요했지만, 사슴은 덩치가 커지면서 송곳니 대신 뿔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사슴의 뿔은 매년 떨어지고 다시 자랍니다. 골질 구조로 이루어진 뿔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뼈로, 하루에 약 2.5cm씩 자랍니다. 뿔이 처음 자랄 때는 벨벳이라 불리는 얇고 부드러운 피부층이 표면에 생깁니다. 뿔이 자라면서 벨벳층이 벗겨지고 단단한 뿔만 남게 됩니다. 뿔은 번식기에 가장 크게 자라며, 번식기가 지나면 떨어집니다. 번식기 전에 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뿔을 녹각이라고 하고, 자라고 있는 연한 뿔을 녹용이라고 합니다. 녹용에는 혈관이 있어 영양분이 계속 공급되므로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녹용이 면역을 높이고 피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수십 년 전에는 녹용이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릅니다. 주로 발육이 잘 안 되는 아이들이나 중년 남성들이 많이 먹었습니다.

한국 서식 고라니의 개체 수 증가 원인

전 세계적으로 고라니는 멸종위기종이며 보호 대상 동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75만 마리가 살고 있으며, 전 세계 고라니의 90%가 이 좁은 남한 땅에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호해야 할 동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많아서 포획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천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늑대, 표범, 호랑이, 스라소니가 포식자였지만, 이들은 모두 한 마리도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포식자는 삵, 오소리, 수리부엉이 정도인데, 이들은 포식자로서의 역할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늑대나 표범, 호랑이처럼 큰 동물이 아니므로 많이 잡아먹지 못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사람들이 호랑이, 표범, 늑대, 스라소니를 마지막 한 마리까지 찾아가서 다 죽였습니다. 사람을 해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들이 사라진 후 고라니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고라니는 잡식성이며 풀, 농작물, 과일 등 무엇이든 먹습니다.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해지면서 겨울나기가 쉬워졌고, 1970년대부터 산림녹화 정책으로 민둥산이 밀림처럼 바뀌면서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 작은 숲에도 잘 적응하며, 차가 다니는 환경에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번식력도 뛰어납니다. 임신 기간이 6개월밖에 안 되고 한 번에 두세 마리를 낳습니다. 천적이 없으니 태어난 새끼들이 대부분 성체로 자랍니다.

고라니의 거의 유일한 적은 자동차입니다. 로드킬이 아니었다면 개체 수는 더 급증했을 것입니다. 고라니를 먹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활동량이 많아 지방이 적고 근섬유가 많으며, 냄새도 심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말고기와 비교하면, 말고기는 철분이 많아 부드럽고 쫄깃하며 풍미가 있지만, 고라니 고기는 퍽퍽하고 질기며 누린내가 심합니다. 손질도 쉽지 않아 사람들이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고라니는 영역성이 강한 단독 생활 동물입니다. 번식기에는 큰 소리를 내는데, 이는 영역을 표시하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입니다. 소리를 지르면 포식자에게 위치가 노출되지만, 번식의 욕구가 포식 위험보다 큰 것입니다.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후손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번식하지 못한다면 생존의 의미가 없으므로, 목숨을 걸고라도 번식에 나서는 것입니다. 큰 소리는 포식자를 위협하거나 사냥을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사슴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초식동물인 사슴이지만, 실제로 곰, 늑대, 뱀보다 사슴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이 죽습니다. 북미에서는 연간 150만 건의 사슴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약 200명이 사망합니다. 밤에 차 헤드라이트를 받으면 야행성 동물의 희광층 때문에 시야가 마비되어 가만히 서 있게 됩니다. 초식동물은 눈이 양쪽에 있어 원근감이 부족하고, 포식자를 보면 얼어붙는 프리징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본능적 반응들이 결합되어 로드킬이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무스라고 불리는 말코손바닥 사슴은 키가 2.1m, 체중이 700kg에 달해 소보다 훨씬 큽니다. 이렇게 큰 동물과 자동차가 부딪히면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합니다. 짝짓기 시즌에는 성질이 사나워져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교통사고는 사슴들의 안전한 서식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래 숲에서 안전하게 살던 사슴들이 개활지를 뛰어넘다가 도로와 마주치게 되고, 자동차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고라니는 뿔 대신 송곳니를 유지한 원시적 형태의 동물로, 한국의 독특한 생태 환경에서 급증했습니다. 천적의 부재, 환경 적응력, 높은 번식력이 결합되어 전 세계 개체 수의 90%가 한국에 서식하게 되었습니다. 사슴 관련 교통사고는 야생동물의 본능적 특성과 인간 문명의 충돌을 보여주며, 생태계 보호와 안전 대책이 모두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고라니의 사례는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iJ0rRhuAN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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