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가 흔히 '게'라고 부르는 갑각류 중에는 사실 진짜 게가 아닌 종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킹크랩, 대게, 랍스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실제로는 '가짜 게'에 속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분류학적으로 게는 십각목 중 단미아목에 속한 종들만을 의미하며, 이들은 집게아목에 속하는 가짜 게들과는 약 2억 6천만 년 전에 분기된 가장 가까운 친척 관계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게처럼 변화하는 '카시니제이션' 현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신비로운 진화 현상의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카시니제이션, 게처럼 진화하는 현상의 비밀
카시니제이션은 1916년 영국의 동물학자 롤턴 알렉산더 보라데일이 최초로 명명한 개념으로, 십각목 갑각류가 게와 유사한 형태로 진화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를 '게로 진화시키기 위한 자연의 많은 시도 중 하나'라고 표현했습니다. 진짜 게들은 4쌍의 다리로 걷고 10개 다리가 모두 밖으로 드러나 있는 반면, 가짜 게들은 3쌍 혹은 2쌍의 다리로 걷고 8개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외형적 구분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의 결과입니다.
1989년 독일 올덴버그 대학교의 울프강 바겔 교수는 카시니제이션의 원인을 포식자로부터의 방어 메커니즘으로 설명했습니다. 복부가 긴 가재류들은 장과 난소 등 주요 기관이 위치한 복부를 보호하기 위해 안쪽으로 접는 행동을 자주 보이는데, 단미아목 게들은 이런 행동을 넘어 아예 복부가 접혀서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바겔 교수는 특히 쥐라기 초부터 급격히 번성하기 시작한 경골어류를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독일 미네랄 자연사 박물관의 패스터 박사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복부가 줄어들면 꼬리 부채가 사라져 헤엄치는 능력을 잃게 되는 반면, 흙바닥을 빠르게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서식지 확장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또한 납작해진 갑각 부분이 바닥이나 바위틈에 쉽게 숨을 수 있게 해 생존에도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구분 | 진짜 게 (단미아목) | 가짜 게 (집게아목) |
|---|---|---|
| 보행 다리 | 4쌍 | 3쌍 혹은 2쌍 |
| 드러난 다리 수 | 10개 모두 | 8개 |
| 대표 종 | 꽃게, 털게 | 킹크랩, 대게 |
| 분기 시기 | 약 2억 6천만 년 전 | |
2010년 미소녀 10대 연구소의 힐러 박사는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카시니제이션의 이점을 분석했습니다. 복부가 작아지면 자연스레 근육량도 감소하는데, 이는 기동력 확보는 물론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했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녀는 총 1만 5천 종의 십각목 중 절반에 달하는 7천여 종이 진짜 게인 단미아목이며, 집게아목 역시 무려 2천5백 종에 달한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새우를 제외한 복부가 발달한 십각목은 고작 900여 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게처럼 변한 진화적 적응이 생존에 많은 이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식지확장과 진화적 성공의 상관관계
카시니제이션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억 4500만 년 전쯤, 진짜 게들은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현생 게의 80%가 이때 등장했다는 사실은 신체 변화가 얼마나 강력한 생존 무기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숨기, 걷기, 뛰기 등을 가능케 해 준 신체 변화 덕분에 게들은 자연스레 갯벌, 동굴, 다위트, 저서 지역 등으로 서식지를 확장해 나가며 번성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하버드대학교의 고생물학자 하비에르 늦게 박사는 호박 속에 갇힌 1억 년 전의 게 화석 '크레타포살아알아'를 연구하면서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호박 속에는 주로 육상 동물 화석이 발견되기 때문에, 이 화석은 게가 1억 년 전부터 육상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카시니제이션이 이들의 서식지 확장에 기폭제가 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화석은 현생 게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어, 게의 형태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음을 시사합니다.
서식지 확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진출은 다양한 먹이원 확보, 포식자 회피, 번식 기회 증대 등 여러 생존 이점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게들이 수중 환경에서 육상으로, 그리고 다양한 깊이의 해저 환경으로 서식지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카시니제이션을 통해 얻은 형태적 변화 덕분입니다. 복부가 짧아지고 갑각이 납작해진 형태는 바위틈이나 모래 속에 몸을 숨기기에 이상적이었고, 이는 포식자로부터의 생존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또한 에너지 효율성 향상은 게들이 더 먼 거리를 이동하고 새로운 서식지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여력을 제공했습니다. 근육량 감소로 인한 에너지 절약은 같은 양의 먹이로 더 오래 생존하거나 더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점들이 결합되어 게들은 십각목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그룹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탈게화 현상과 진화의 다양성
카시니제이션이 마치 하나의 정립된 이론처럼 받아들여지던 2014년, 독일 훔볼트 대학교의 슐츠 교수가 이 개념에 일침을 놓았습니다. 그는 카시니제이션이 반드시 진화적 성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진짜 게 그룹이 개화를 거치며 종의 수가 많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반드시 진화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슐츠 교수는 반대로 종의 수가 적더라도 특정 지역에서 생태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면 이런 경우에도 진화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게와 같은 생김새 형질이 그렇지 않은 형질보다 꼭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 증거로 '디카르시니제이션', 즉 탈게화 현상을 제시했습니다.
약 9천만 년 전에 살았던 '칼리키메라 페르플렉사'는 진짜 게 그룹 중에서도 게화하는 경향과는 거리가 먼 종입니다. 이들은 등 갑 모양도, 복부도, 사리도 게와는 동떨어진 종처럼 보입니다. 계통도를 보면 게의 그룹이 우후죽순 번성할 때 게처럼 생긴 형질만 등장했던 게 아니라, 칼리키메라 페르플렉사처럼 게 같지 않은 형질이 공존하는 등 게의 진화에는 다양한 과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현상 | 설명 | 대표 사례 |
|---|---|---|
| 카시니제이션 | 게처럼 진화하는 현상 | 단미아목 게들 |
| 디카르시니제이션 | 탈게화 현상 | 칼리키메라 페르플렉사 |
| 형질 다양화 | 게 그룹 내 다양한 형태 진화 | 토리코 모르게 |
현생 집게아목 중에서도 '토리코 모르게'처럼 완전히 쌩뚱맞은 생김새로 진화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슐츠 박사는 '게'라는 용어가 애매모호한 단어이며, 이는 자칫 십각목에 속하는 모든 종들이 게처럼 변화해 나갈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마치 연골어류 중 가오리처럼 납작하고 꼬리가 짧아진 형태가 진화했다고 해서 이들의 친척인 상어가 모두 가오리처럼 진화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진화는 결코 단선적이거나 목적론적이지 않습니다. 환경, 포식 압력, 먹이 자원, 번식 전략 등 수많은 변수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각 종의 진화 방향을 결정합니다. 카시니제이션이 일부 십각목 갑각류에게는 성공적인 전략이었을지 몰라도, 모든 환경과 모든 종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탈게화 현상은 진화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유연한 과정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결론적으로 게의 진화는 카시니제이션이라는 단일한 방향성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과정입니다. 경골어류라는 포식자의 등장, 서식지 확장의 필요성, 에너지 효율성 향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게들은 독특한 형태로 진화했지만, 동시에 탈게화나 다양한 형질 변이도 함께 일어났습니다. 이는 진화가 하나의 '완벽한' 형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각 환경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실험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게에 이토록 신비로운 진화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킹크랩은 왜 진짜 게가 아닌가요? A. 킹크랩은 분류학적으로 집게아목에 속하며, 진짜 게인 단미아목과는 약 2억 6천만 년 전에 분기되었습니다. 킹크랩은 3쌍 혹은 2쌍의 다리로 걷고 8개의 다리만 보이는 반면, 진짜 게는 4쌍의 다리로 걷고 10개 다리가 모두 드러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 카시니제이션은 왜 발생하게 되었나요?
A. 카시니제이션은 쥐라기 초부터 급격히 번성한 경골어류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복부가 짧아지며 갑각이 납작해져 바위틈이나 흙바닥에 쉽게 숨을 수 있게 되면서 서식지를 확장하며, 근육량 감소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여러 생존 이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입니다.
Q. 탈게화 현상은 카시니제이션의 실패를 의미하나요?
A. 아닙니다. 탈게화 현상은 진화가 단일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칼리키메라 페르플렉사나 토리코 모르게처럼 게와 다른 형태로 진화한 종들도 각자의 생태적 지위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있으며, 이는 진화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uOK5J_M6kow

